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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펜일기 제1장

 

룸펜일기: 제1장]
2026년 6월 17일, 수요일. 비 온 뒤 눅눅한 광주의 아침.
룸펜의 하루는 권력자들의 '출근길'보다 한 발 앞선다. 그들이 잘 닦인 도로 위에서 점잖게 차를 굴릴 때, 나는 그들이 14년 동안 파놓은 구덩이의 깊이를 재러 나간다.
오전 9시.
복지관 앞, 놈들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놈들은 오늘 하루도 '장애인을 위한다'는 그럴싸한 간판을 달고 나오겠지. 하지만 나는 안다. 저들 주머니 속에 들어갈 문화누리카드와, 그 돈을 쪼개서 누구와 밥을 먹고 누구에게 표를 구걸할지.
오후 2시.
놈들의 아지트 주변을 맴돈다. 놈들은 나를 보며 '할 일 없는 룸펜'이라 비웃겠지만, 나는 놈들이 무심코 흘린 종이 쪼가리와 그들의 뒤틀린 웃음소리에서 '횡령의 증거'를 채집한다. 놈들에겐 잡담이지만, 나에겐 심판의 기록이다.
저녁 8시.
어둠이 깔리면 놈들은 더 대담해진다. 낮에는 '복지 전문가', 밤에는 '정치적 기생충'. 그들의 술자리에서 오가는 밀담은 곧 룸펜일기의 핵심 소재가 된다. 오늘 밤에도 나는 기록한다. 그들이 나눈 더러운 거래와, 무너져가는 저들의 성벽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나는 오늘도 굶주린 룸펜이지만, 내 일기장만큼은 놈들의 죄악으로 가득 차 배가 부르다.
놈들은 모른다. 자신들이 비웃던 룸펜이, 사실은 자신들의 목줄을 쥐고 흔드는 '저승사자'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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