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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연~^^

옛 블로그를 우연히 둘러보다가 10년 전 내가 써 두었던 한 편의 글을 발견했습니다. 읽는 순간 그 시절의 아련하고도 가슴 시린 감정이 마치 어제 일처럼 되살아나 잠시 깊은 회상에 잠겨 봅니다.

 

어머님이 세상을 떠나신 지도 올해로 벌써 7년째가 됩니다. 

이 글은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3년 전쯤이던 2016년 12월 21일, 부산 어머님 아파트에서 있었던 작은 그러나 참 따뜻했던 이야기입니다. 

 

어머님 옆집에 살다가 이사를 가게 된 한 아가씨가 떠나며 남겨 둔 편지에서 시작된 이야기로, 아홉 살에 이 아파트로 이사 와 스물두 살의 아가씨가 될 때까지 13년 동안 702호와 703호, 바로 옆집에서 이웃으로 지내며 쌓아 온  '꼬마 아가씨와 할머니의 사랑'과 추억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아이가 아홉(9)살 꼬마였을 때 우리 어머님은 일흔일곱(77)이셨고, 세월이 흘러 아이는 스물두(22) 살의 처자가 되었으며 어머님은 어느덧 아흔(90)이 되셨습니다. 이사를 떠나며 그 아가씨는 차마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을 손 글씨로 눌러 쓴 한 장의 편지에  정성껏 담아 현관문에 남겨 두고 갔습니다. 

 

누구나 살면서 몇 번쯤은 이사를 하지만 이렇게 마음을 남기고 떠나는 이웃을 만나는 일은 요즘 세상에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어머님도 다시 뵐 수 없고 그 아가씨의 소식도 알 길이 없지만, 그때의 이야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따뜻하고 또 먹먹하게 가슴에 남습니다. 

 

편지를 남겨 준 '정예진' 아가씨가 지금쯤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만나 보고 싶기도 합니다.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의 인생은

분명 밝고 아름답게 흐를 것이라

저는 믿습니다.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꼬마 숙녀 이웃에게 사람 사는 정과 잔잔한 인생의 미학을 보여 주신 우리 어머님께도 아들로서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편지 전문}

 

703호 할머니께~

안녕 하세요  할머니! 저는 옆집사는 702호 처자입니다

제가 이렇게 편지를 쓴 이유는 저희가 이사를 가기 때문 이예요 

 

제가 초등학교 2학년쯤(9살) 이사왔고  지금 제가 22살  이니  약 13년을 할머니 옆집에서 살았네요  히 ~~히~~

꼬마때 와서  전에 703호에 계셨던  할머니 할아버지  이사가는 것도 보고   어릴때 3*3동에 같이 살면서  놀던 친구들이  모조리 이사가는것도 보고...

대부분 다른곳으로 이사 가 버렸지만  바로 옆집 할머니 께서는  이사 가시지 않고  계속  옆에 계신게 뭔가? ...

안심됬다고  해야하나  헤~헤~  그랬어요 ㅋㅋ

 

제가 꼬마때부터 이렇게 꽃다운(?)  처자가 됫는데 아마 할머니 께서  제가 커는걸  봐오신게 ..

하기야 할머니 손자가 엄청꼬마 였는데 이제 저보다 키도 더 크고  ㅡ 그런 성장기를  보아온 고은 마음이겠죠?

 

할머니 손자보고 제가 깜짝 놀라는것 처럼  제가 키가 클때마다  저보고 놀라 하시더니 급기야 이제 화장을하고 인사드리면  누군지 모르시고 인사를 받아 주시지  않거나 한~참 생각후에 

 아! 하고  인사를 받아주시드라구요  (많이 다른가요? ㅎㅎ)

 

 제가 할머니 처음 봤을땐  검은 머리가 빽빽 한 할머니 셨는데  이젠 흰머리가 더많은 할머니가 되셨어요

우리 정말 오래 함께  살아 온것 같아요ㅎㅎ~^^

정말로 정도 많이 들었어요 

 

할머니가 저희집에 갖다주신  대봉감도 사과도  귤도  등등

맛난 음식들(김치도)...

진짜 맛 있구요  할머니 댁에 TV가  말썽 이어서  저나 저희 엄마가  가서 도와 드렸을때도 그걸 핑게로 시끄럽게 굴어도 한번도 귀찮아 하시거나 싫어 한 적이 없었어요

항상 저희가  그런식으로 방문하고  다시 돌아갈 때며  감이나 귤  하나라도  꼭 쥐어 주셨는데  혹시 그때 할머니 마음이..  저희가 그런식으로  조금이라도 생각하지 않을까  미안해서 쥐어 주셨던게 아닐까 해서  말씀 드려요ㅠ

 

할머니가 옆집에 사셔서 정말 좋았어요  진짜로 할머니 처럼 인자하시고   따뜻한 분이랑 13년을  옆에 붙어 있었다는게  정말 크다란 행운이라 생각해요

 

저희가 702호를 팔고 간거라  다른분이 들어 오시겠지만 만약 할머니댁에 TV가 또 말썽이거나 시골에서 온 김치가 너무 많아서  냉장고에 넣기가 무거우시면 어떻하지?  

 

이런 걱정이 들 만큼  할머니는 소중한 인연이세요♡♡

 

 제가 이삿짐 정리하다가 허둥지둥 쓰는거라  글이 두서가 많이 없네요

아! 맞다 할머니!!

할머니께 정말 죄송한게..

저희집  강아지가 할머니  보면  짖어서 많이 놀라셨죠?  진짜 정말로 죄송해요

이제 개짖는소리 안나실꺼예요ㅠㅠ

다 아쉬운데  이 부분만 생각하면  죄송해서 빨리 이사 가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흑흑~~  진짜로 죄송했습니다

 

아! 할머니 요 앞에  새로 수영장 헬쓰장이 지어지고 있잖아요?

저희가 먼데로 가는게 아니고 바로옆 2단지로 가는거라  살빼러 온동하러 또 올꺼에요

그때 덩치 크고  키큰 처자가 인사하면  놀라지 마시고  702호 꼬마구나  하고 생각해 주세요 

 

 할머니 대봉감(엄청큰)  잊지 못할거에요..

13년을 붙어 있으면서 할머니 존함도 모르고 가겠네요

저는 예진이에요  정예진

이름  말고 702호 처자로만  불러줘도 괜찮아요 ㅋㅋㅋ

 

제가 글을 다시 읽어봐도  두서없고 정신이 없네요 ( 감안  하시고 봐주세요)ㅎㅎㅎ

 

요 앞에 미진 마트도 있고  조만간 프리미엄 수영장이 생길곳이니  나중에 20년

 아니" 10년~15년후에  저 결혼해서  남편이랑 둘이 다시 3*3동으로  이사 올껀데  그때도

 꼭?

제 인사 받아 주셔야해요~^^(대봉감 있으면  더 좋구요 ㅋㅋ~)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할머니 꼭! 건강 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702호꼬마->처자

 

예진 올림

 

ㅡㅡㅡㅡㅡㅡㅡㅡㅡ

--현관문에 붙어 있던 편지봉투--

혹여 광고 전단지라 착각해 버릴까봐 "전단지 아니니 버리지 마세요" 라고 손글씨로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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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사랑과금전BEST

편지 글 확대해서 보지않고 쭉 내리기 잘했네

7
사랑과금전

편지 글 확대해서 보지않고 쭉 내리기 잘했네

7
너아니면

댓글부터 볼걸....

2
새벽의건맨

죄송해요ㅠ 편집해서 밑으로 내렸습니다♡

1
러그

사람냄새~

2
가평잦같네

이 세상은 이렇게 따뜻한 사람들이 있기에 유지가 되는 거 같습니다. 퍽퍽한 삶에 정화 기운 받고 갑니다.

2
액선마스크

할머니 손자 남자랑 결혼하는거면 ?

2
능지처참2찍

저 정도 인성이면 찾아서 며느리 삼아도... 물론 그 꼬마에서 처자가 된 아기씨 입장도 물어야겠지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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