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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제주 한라산

한라산 / 이산하

서시

혓바닥을 깨물 통곡 없이는 갈 수 없는 땅

발가락을 자를 분노 없이는 오를 수 없는 산

백두산에서

한라산에서

지리산에서

무등산에서

그리고 피어린 한반도의 산하 곳곳에서

민족해방과 조국통일을 위하여 싸우다

장렬히 산화한 모든 혁명전사들에게

이 시를 바친다.

1.

지금으로부터 어언 120여 년 전

미국과 유럽 제국주의가 세계의 약소국들을 침략해

식민지쟁탈전을 벌이던 약육강식의 19세기 후반

프랑스 해적선이 대동강을 붉은 피로 물들이고

미국 해적선이 먼 훗날 한국현대사의 무덤을 파듯

평양의 왕릉을 도굴해 조선국왕의 수염을 뽑고

일본이 다시 강화도까지 침략해 쇄국의 빗장을 부수자

이제 조선반도는 영국, 독일, 러시아까지 몰려와

마지막 동북아의 교두보로 치열한 각축장이 되어

서양제국주의 맹수들에게 온몸을 물어뜯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목에 이빨이 박혀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아플 권리도 약탈당하고 죽을 권리도 약탈당하고

슬플 권리마저 약탈당한 긴 긴 세월 동안

무당에게 홀린 ‘붉은 여우’의 국정농단으로

나라살림은 거덜 나고 민초들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었다.

앉으나 서나 고통밖에 잃을 게 없는 민초들은

이왕이면 벌떡 일어나 서서 죽기로 결심했으니

황토현에서 치솟아 우금치 고개에서 장렬하게 꺼져버린

동학농민혁명의 불길이 그것이요,

멀리 바다 건너 제주도 산방산의 들녘을 삽시간에 불태운

‘이재수 난’의 들불이 그것이다.

그러나 외국 군대를 끌어들여 장수들이 참수되고

민초들이 총탄에 겹겹이 쓰러져 겹겹이 포개지자마자

한일합방으로 나라 잃고 하염없이 피눈물만 삼키다가

어느 날 도둑처럼 불쑥 찾아온 1945년 불볕 여름

일제식민지 36년의 치욕과 악몽이 끝나기도 전에

한 손엔 빵과 또 한 손엔 해방군의 탈을 쓰고

발톱까지 무장한 채 이 땅을 점령한 미제국주의자들은

마침내 순결한 조선의 푸른 산하를

두 토막으로 분질러 놓았다.

그리고 다시 40여 년의 기나긴 세월이 흘렀건만

일본총독부가 미국대사관으로 바뀌었을 뿐

미제의 창살 없는 감옥

이 식민지 산하는 조금도 변한 것이 없었다.

그리하여 미제국주의 침략사 120여 년

다시 써야 할 피어린 민족해방투쟁의 한국현대사

압제의 사슬을 이빨로 뚝, 뚝 끊으며

붉은 피로 얼룩진 그 장엄한 역사의 수레바퀴를

우리 어찌 잊을 것인가.

바람 부는 대로 쓰러지는 풀잎이 아니라면

결코 그들의 노예가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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