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봐야할 괴물영화 선정.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경쟁작들은 보통 깊이 있고 지적이며 정치적 메시지가 강한 작품들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좁은 거리를 질주하는 경찰차와 끈적거리는 거대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는 흔치 않다. 그런데 올해는 예외가 있다. 바로 2026년 최고의 괴수 영화로 꼽히는 한국 블록버스터 Hope다.
하지만 《Hope》는 단순한 괴수 영화가 아니다.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작품 중 하나인 이 영화는 현대 서부극에서 액션 스릴러, 공포영화, SF 대서사시까지 쉼 없이 장르를 넘나든다. 동시에 1970년대 익스플로이테이션 영화 특유의 거칠고 폭발적인 에너지도 유지한다. 감독 겸 각본가인 Na Hong-jin은 작품 수가 많지 않은데, 그의 전작 《곡성》 이후 무려 10년 만의 신작이다. 아마 그래서인지 이번 영화에는 온갖 요소들을 한꺼번에 쏟아부은 듯하다.
영화는 별다른 배경 설명 없이 곧바로 시작된다. Hwang Jung-min이 연기한 주인공은 ‘호프 항구(Hope Harbor)’라는 황량한 시골 마을의 경찰서장이다. 시대 배경은 1970~80년대처럼 보이지만 정확히는 알 수 없다. 그가 등장하자마자 사냥꾼들이 깊은 발톱 자국이 난 죽은 소를 발견했다고 알린다. 경찰서장이 호랑이나 곰을 찾기 시작한 순간, 이야기는 마치 《고질라》의 프리퀄과 좀비 아포칼립스 스릴러를 섞은 듯한 방향으로 폭주한다. 정체불명의 괴물이 마을을 초토화시키고, 그는 파괴의 흔적을 따라 마을 곳곳을 추적하게 된다.
영화의 첫 한 시간은 숨 돌릴 틈 없는 롤러코스터 같다. 겁에 질린 가족이나 정부 과학자 장면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오직 아드레날린 넘치는 추격전, 타이어 마찰음, 총격전만이 이어진다. 특히 Clint Eastwood 스타일의 거친 경찰서장이 사실은 우리처럼 공포와 패닉에 쉽게 흔들리는 인물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그런데도 그는 끝까지 괴물을 쫓는다. 또 하나 좋은 점은 괴물의 모습을 영화 시작 후 40분 넘게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괴물이 실제로 등장했을 때는 약간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CGI가 다소 조악해서 《Hope》의 괴물이 비디오게임 캐릭터처럼 보일 때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촬영으로 만든 거칠고 생생한 액션 장면들이 그런 약점을 충분히 만회한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새 스턴트 디자인 부문이 2028년부터 생기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이 영화의 자동차 추격과 승마 액션은 엄청나다.
《Hope》
- 감독: Na Hong-jin
- 출연: Hwang Jung-min, Zo In-sung, Jung Ho-yeon, Michael Fassbender, Alicia Vikander
- 상영 시간: 2시간 40분
경찰서장이 괴물을 숲속까지 추적하면서 드러나는 진실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밝히지 않겠다. 그 과정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사촌 무법자(Zo In-sung)와 중무장한 열혈 부하 경찰(《오징어 게임》의 Jung Ho-yeon)이 함께한다. 또한 Michael Fassbender와 Alicia Vikander의 기묘한 카메오 출연도 있다.
확실한 건 감독이 Arnold Schwarzenegger와 James Cameron의 팬이라는 점이다. 영화 곳곳에서 The Terminator, Predator, Aliens, Avatar의 영향이 느껴진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나약함과 편견에 대한 감독 특유의 시끄럽지만 진심 어린 풍자도 담겨 있다. 즉 《Hope》는 화끈한 액션뿐 아니라 깊이와 지성, 정치적 메시지까지 갖춘 작품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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