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이를 개정해 재판도 헌법소원의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이와 관련해 헌재는 재판소원이 권력분립 원칙이나 사법권 독립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 “그 헌법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헌법 제111조 제1항이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을 헌재의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일률적으로 제외해야 할 헌법적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독일의 사례를 참고해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에 대해 “독일 기본법과 한국 헌법의 본질적 차이점을 간과한 치명적 오류가 존재한다”는 현직 법관 비판이 나왔다.
조선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윤옥(사법연수원 35기)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13일 법원 내부게시판 코트넷에 ‘재판소원에 대한 대륙법계 학자들 및 헌재 논리의 헌법상 오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재판소원 제도 도입은 국내 헌법학계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독일계 헌법학자들을 중심으로 주장되어 온 논의”라며
“이는 연방헌법재판소가 사법권을 행사하는 유일한 연방최고기관이라고 명시돼 있는 독일 기본법과, 사법권을 행사하는 유일한 최고기관을 미국처럼 대법원으로 명시한 한국 헌법의 차이를 간과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과는 헌법과 법률 체계가 다른 독일 사례를 가져와 도입을 시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한 부장판사는 독일 기본법의 태생적 특성에 따라 독일 국가기관은 한국 헌법상 독립기관에 해당하는 ‘연방최고기관’과 독일 기본법에 의해 비로소 권한을 부여받은 ‘기본법상 관계기관’으로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법권을 행사하는 기관은 연방최고기관인 연방헌법재판소와, 기본법에 의해 비로소 권한을 부여받은 관계기관인 연방법원으로 구성된다”고 했다. 독일의 법 체계상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상급기관이라는 설명이다.
한 부장판사는 “한국 헌법은 5장 법원 101조 1항에서 국가 사법권의 행사 주체를 법원으로 명시하고 2항에서 최고법원이 대법원임을 선언하고, 6장에 헌법재판소 규정을 처음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독일과 달리 헌법재판소가 법원에 대한 기속력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부장판사는 “한국 헌법상 헌법재판소는 국가 사법권의 행사 주체가 아니다”라며 “다만 헌법 111조 1항에 열거된 각 관장 사항을 심판하는 헌법기관”이라고 했다.
이어 “헌법 111조 1항 5호는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해 헌법재판소가 판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그 법률에 위임된 범위는 당연히 현행 헌법의 틀 내에서 헌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만 유보돼 있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