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블박

권경애 노쇼사건 故박주원양의 11주기 어머니글

< 그날 >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양다리, 골반과 척추, 턱이 온통 부서지고 온몸이 여기저기 성한 곳이 없다. 몸통 속 혈관이 터져 내부 출혈이 심한 상태라고 했다.

 

초비상 상태로 연이어 대량 수혈이 이어졌으며 병원 의사라는 의사들이 계속 모여들었다. 몇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새벽녘 연락을 받고 뒤늦게 달려온 정형외과 교수가 터진 혈관을 찾으려면 혈관조영술을 해야 된다고 했다. 터진 혈관의 위치를 겨우 찾아내고 배를 열어 혈관을 막았지만, 장기가 심하게 부어서 열어 놓은 배를 다시 닫을 수조차 없었다.

 

머리는 전체적인 충격으로 뇌부종이 심했고 뇌압이 치솟아 숨골을 조여 들고 있는 지경이었지만, 터진 혈관을 찾아 출혈을 막는 데까지 걸린 시간 동안 이미 뇌세포의 90%가 죽고 숨골을 거의 막아 버렸다.

동공은 활짝 열린 채 아무런 반응도 없으며 안구가 심하게 부어 눈도 편히 감기지가 않는다.

 

의사는 의식이 깨어날 확률이 5~10%라고 했다. 이미 뇌사에 준한다며 장기 기증을 생각해 보라고 했다.

 

세상에는 기적이라는 게 반드시 있으니 남은 10%의 뇌세포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달라고 사정하고 매달렸다. 그 10%의 뇌세포에 간절한 희망을 걸었다. 평생을 누워 있는 식물인간이라도 족했다. 내 새끼가 내 곁에만 있을 수 있다면...

 

주원이의 머리 CT를 들고 뇌 손상 전문 명의를 찾아 수도 없이 검색을 하고 타 병원으로, 한의원으로 달려갔다. 내 새끼를 살릴 수만 있다면 어떠한 짓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중환자실 앞에서 시골의사 박경철이 쓴 글을 읽었다. 암벽등반을 갔다가 돌풍 속에 휘말려 수십 차례 암벽에 후려쳐진 후배 의사가 이미 뇌사 상태로 응급실로 실려 왔지만, 동료 의사들과 의사인 아버지가 함께 집도하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매달려 살려내고 회복시킨 기록이었다. 그 사람은 주원이의 상태보다 더 심각했다. 모두가 포기하지 않았기에 살았다는 글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다.

 

제발 머리를 열어 달라고, 부종으로 숨골을 조이고 있는 상태를 막아달라고, 만약의 결과에 탓하지 않겠으니 두개골만 열어달라고 애원하고 또 애원했지만 의료진 동료와 선배가 없는 우리에게 주치의는 단호하게 ‘불필요한 일’이라며 뿌리쳤고, 자신도 어린 아들을 먼저 보냈노라고 말했다.

 

처참한 모습으로 의식조차 없이 누워있는 아이의 모습에서는 사고 전 내 새끼의 어여쁜 얼굴을 그 어디에서도 흔적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낯선 얼굴, 낯선 몸통. 내 금쪽같은 새끼가 왜 이렇게 돼 버렸단 말인가.

 

중환자실에서 주원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딱 두 번, 아침과 저녁으로 각각 20분. 그러나 그조차도 메르스 확산으로 중환자실 면회가 통제되면서 하루에 딱 한 번, 아침에 주 보호자 한 명만 겨우 10분 면회하는 것으로 줄었다.

 

주원이를 중환자실에 혼자 두고서는 집으로 갈 수가 없었다. 매일 낮밤을 병원 로비의 긴 의자에서 기거하면서 제발 아이가 힘을 내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기도했다.

면회 시간이 되면 제일 먼저 달려가 아이의 귀에 대고 말했다.

 

"엄마가 미안하다. 엄마가 부족해서 미안하다. 제발 엄마 옆에 있자. 그냥 엄마 옆에만 있자."

 

10분의 면회 시간은 고작 얼굴 닦아주고 양손 닦아주고 나면 끝났으니 나가란다. 옆에만 있을 수 있다면... 옆에만 있을 수 있다면 의식이 없어도 들을 수는 있다는데 외롭지 않게 말도 걸어주고 닦아주고 퉁퉁 부은 몸도 주물러 줄 수 있을 텐데... 그렇게만 해도 주원이가 덜 외로울 텐데... 이놈의 중환자실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이 주, 삼 주, 사 주, 오 주째. 2015년 6월 18일 목요일, 주치의가 말했다.

 

이젠 뇌파가 거의 안 나온다고.

 

혈압도 떨어지고 전해질도 균형을 잃어가니까 더 이상 자기로서는 해줄 게 없다고.

 

1인실로 옮겨서 데리고 있다가 보내든지, 아니면 호흡기를 달고 다른 작은 병원으로 가란다. 그러면서 장기 기증을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게 아이가 새롭게 사는 또 다른 방법일 수 있다고.

 

우리 부부는 고민 끝에 고통받는 다른 생명들을 살리면서 아이의 일부분이라도 살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 날 장기 기증을 하기로 했다.

 

뇌사 판정 평가가 들어가고 뇌사판정위원회가 결정을 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이틀, 그리고는 바로 수술한다고 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없었다.

 

장기 기증 코디네이터와 상담을 하고 주치의에게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시간이 허락된다면 딱 하루만이라도 1인실에서 내 아이 옆에서 닦아주고 주물러 주고 이야기도 하고 노래도 들려주고 싶다고, 그것도 안 되면 중환자실 면회 시간이라도 제발 늘려 달라고 했다.

 

주치의는 아직은 그렇게 급하지 않으니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보자고 했다.

 

2015년 6월 22일 월요일 아침, 그동안 면회 시간 내 정해진 한 명만 면회가 가능한 것으로 통제되어 며칠째 아이 얼굴을 못 보고 지냈던 남편에게 나 대신 들어가서 아이 얼굴을 보고 오라고 했다. 중환자실 밖에 앉아 아이 얼굴도 못 보고 있으려니 애가 타서 통증이 온몸을 후려쳤다.

 

병원 벤치에 앉아 주치의가, 코디네이터가 연락해 주기만 기다리며 초조하게 있는데 오후 4시경 중환자실 간호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얼른 오라고 전화를 했다. 아이 상태가 안 좋다고...

 

아~~~

 

주원이는 이미 강심제를 제일 강하게 투여해도 혈압이 안 잡히는 상태였으며 얼굴, 입술, 팔, 다리에 피가 안 돌아 시꺼멓게 변해가고 있었고, 이미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그렇게 급하지 않다면서...

 

주원이가 아직은 내 옆에 며칠이라도 더 있을 수 있다면서...

 

35일 동안 그놈의 빌어먹을 메르스 때문에 주원이 얼굴도 실컷 보지도 못했는데...

 

수없이 많이 거추장스럽게 부착된 기계와 호스 때문에 단 한 번도 내 새끼를 품에 안아 보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안 된다, 안 된다 주원아~

 

엄마는 너를 이렇게는 못 보낸다~

 

중환자실 간호사는 더 이상 여기 있을 수 없으니 나가라고 했다. 더 이상은 아이를 혼자 둘 수 없다고, 그냥 울지 않고 조용히 아이 손만 잡고 있을 테니 제발 쫓아내지만 말고 아이 옆에만 있게 해달라고 떼를 썼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나갈 기색이 아니자, 다른 환자들 자세 변경 해야 되니까 그것만 마치고 다시 들어오란다.

 

주치의가 오고 이미 늦어서 장기 기증은 불가능하며, 이제라도 1인실로 옮겨서 데리고 있으면 어떻겠냐고 했다. 당장 그렇게 해달라고 했고 곧이어 병실을 알아보러 간 주치의가 다시 오더니, 1인실 병실이 내일 오전에 자리가 난다고 그때 옮기고 대신 그때까지는 면회를 자주 하게 해준다며 달랬다.

 

아! 아직은 아니구나 안도했다.

아직은 아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더 있는 거구나.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간호사가 급하게 쫓아 나오더니 말했다.

주원이의 맥이 안 잡힌다고...

 

뛰어 들어간 중환자실 침상에 누워있는 주원이의 몸은 좀 전보다 더 시꺼멓고 더 차디차게 변해 있었다.

 

한 남자가 다가왔고 우리를 향해 의례적인 말투로 사망 시간을 읊조리더니 마지막 인사를 하라고 했다.

 

2015년 06월 22일 18시 04분.

 

그날 그렇게 떠났다.

 

35일 동안 온몸이 부서지고 피멍이 든 채 수술도 못 해보고 고름을 줄줄 흘리며 고열을 견디다 그렇게 떠났다.

 

한 생명이 처참한 고통 속에 죽음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던 시간 내내 가해 아이들은 여전히 웃고 떠들고 놀러 가고 있었다. 주원이를 때리고 괴롭히고 욕하고 조롱하며 짓밟은 아이들과 그런 주원이를 모른 채 외면하며 잘못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담임과 학교, 가해 학생 부모들을, 반성과 사죄를 모르는 그들을 용서할 수 없다.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고도 반성과 사죄를 모른다면 너희는 사람이 아니다.


 [탄원서 설문 응답을 위한 공유 링크

https://forms.gle/K23q8g3MaKyFA67M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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