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뜯어 먹섭니다.(5)
엄마가 무척 보고 싶었습니다.
나이 쉰이 되었지만,
엄마는 여전히 엄마이고
엄마 곁에 서면 저는 아직도 다섯 살 아들입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문안전화 몇 통에 그리움을 대신하며 지냈습니다.
보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담고 있다가
오늘 오후, 잠시 짬을 내어 엄마를 뵙고 왔습니다.
“엄마, 미숫가루 있나?”
사실은
“엄마, 보고 싶었어.”
그 말을 하고 싶었는데,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미숫가루였습니다.
불편한 팔로
물에 잘 풀어지지 않는 미숫가루를
천천히 저어 주시는 엄마를
그저 우두커니 바라보았습니다.
제가 하면 더 빨리, 더 잘 저을 수 있었겠지만
이상하게도 엄마가 타 주는 미숫가루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습니다.
한 그릇 마시고 나니
몸에도, 마음에도 기운이 돌았습니다.
잠깐 뵙고,
사진 한 장 남기고,
또 제 갈 길로 나왔습니다.
그 어떤 기술도 해내지 못할
사랑의 급속충전을 하고 왔습니다.
김말란 여사.
나의 엄마.
사랑하오.
또 사랑 충전하러 가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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