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통합 특별시의회 출범 전부터 터진 당선인의 폭언 사태
민주당 ‘견제 없는 거대 여당’이 불러온 지역 정치의 민낯, 방관의 카르텔 끊어야
정치는 흔히 '말(言)'의 예술이라 불린다. 그러나 때로 권력자의 말은 예술이 아니라 무기가 되어 타인의 존엄을 사정없이 짓밟는다. 초대 전남·광주 통합 특별시의회라는 역사적이고 가슴 벅찬 출범을 앞두고 들려온 소식은, 상생과 도약이라는 거창한 구호 뒤에 숨은 권력의 날것 그대로의 오만함과 서글픈 민낯이었다.
지난 6월 9일, 영암의 한 호텔에서 열린 당선인 간담회장. 새로운 지방자치의 장을 열어가야 할 공식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장내를 뒤흔든 것은 정책에 대한 치열하고 아름다운 토론이 아니었다. 한 젊은 당선인의 거친 폭언과 삿대질, 그리고 상식의 붕괴였다.
사건의 발단은 황당하다 못해 서글프기까지 하다. 일흔의 노(老)언론인이 현장 행사 관계자에게 정당한 취재 활동의 일환으로 간담회 자료를 요청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곁에 있던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박만 당선인이 대화 사이에 끼어들며 뜬금없는 고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묻거나 요구한 것이 아님에도, 박 당선인은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과 고압적인 태도를 쏟아냈다. 마흔일곱의 초선 당선인이 평생을 언론 외길로 걸어온 일흔의 원로 기자에게 퍼부은 "너나 조용히 해, XXX", "니기미 그냥 콱!"이라는 안하무인 격의 폭언은 장내를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게 만들었다.
단순한 말싸움이 아니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달려드는 당선인의 서슬 퍼런 기세에 주변의 행사 관계자들이 급히 뛰어들어 몸으로 막아서고 말려야 했을 만큼, 현장은 일촉즉발의 위기였다. 만약 그 자리에 만류하는 이들이 없었더라면 언론인을 향한 물리적 폭력 사태로까지 번질 수 있었던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이 상식 이하의 행태는 단순히 개인의 품격 문제를 넘어, 이 지역 거대 여당이 품고 있는 '권력의 비대함'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서글픈 장면이다.
그는 현재 광주은행 노동조합위원장직을 유지한 채 광역의원 배지까지 거머쥔, 이른바 지역의 '힘 있는' 인사다. 가장 낮은 곳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했다던 그가, 권력의 언저리에 서자마자 가장 먼저 배운 것이 '남의 업무에 참견하며 부리는 행패'와 '기자들을 향한 주먹다짐 직전의 겁박'이었다는 사실은 지독한 아이러니다. 임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언론을 발밑에 두려는 그 오만한 첫걸음에서, 우리는 주민 주권을 사유화하려는 권력의 타락을 목도하며 깊은 절망을 느낀다.
이번 사태에 분노한 지역 언론계의 움직임은 전례 없이 단호하다. 뉴스인전남, 국제뉴스, 뉴스라운드, 국토일보, 내외뉴스통신, 뉴스깜, 뉴스워커, 뉴스티엔티, 뉴스핌, 뉴스프리존, 뉴스핑, 매일뉴스닷컴, 미래뉴스, 비즈월드, 스포츠서울, 시민일보, 신안일보, 아시아뉴스통신, 아시아투데이, 아이뉴스24, 열린뉴스통신, 오늘경제, 이로운넷, 일간투데이, 전남인뉴스, 제일경제신문, 스트레이트뉴스, 퍼블릭뉴스, 프라임경제, 프레시안, 호남교육신문, 호남일보 등 무려 32개 언론사가 뜻을 모아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견제 없는 권력이 어떻게 타락하는지 첫 간담회부터 똑똑히 목도했다.” 지자체와 의회를 출입하는 32개 언론사 기자단이 이토록 일제히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단 하나다. 전체 91석 중 83석을 독점한 거대 여당, 견제할 야당도 감시할 눈길도 희미해진 독점적 정치 지형 속에서 그들이 이미 민심을 저버린 '무소불위의 성(城)'을 쌓고 있었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오만한 권력'의 풍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불과 얼마 전에도 광산구청의 한 간부 공직자가 취재 과정에서 기자에게 수화기 너머로 입에 담지 못할 전화 폭언을 퍼붓는 사태가 있었다. 주민의 알 권리를 위해 질문하는 언론을 향해, 공직자가 사적인 감정을 앞세워 폭언을 자행한 것이다.
그럼에도 당사자의 진정 어린 사과는 끝내 없었고, 구청장이 대신 고개를 숙이는 선에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 무마됐다. 그리고 그 간부 공직자는 현재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공로연수'라는 안전한 피난처에 들어가 안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방 권력의 비호 아래 행해지는 갑질과 폭력은 비단 공직 사회 내부만의 문제도 아니다. 최근 무안군에서는 그야말로 눈을 의심케 하는 막장 드라마 같은 폭력 사태까지 벌어졌다. 김산 무안군수 (당시후보)당선자에 대한 정당한 취재 활동을 벌이던 기자를 향해, 당선자의 극렬 지지자 두 사람이 달려들어 거친 몸싸움을 벌이고 심지어 '목침'(손아귀로 목을타격) 까지 휘두른 것이다.
현재 이 사건은 형사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행정의 최일선에서 주민을 대변한다는 자칭 타칭 지역 토착 인사들과 지지자들마저 권력의 단맛과 비호에 취해 언론인을 물리력으로 억압하려 드는 것이 지금 지역 정치와 행정 생태계의 잔인한 현주소다.
인터넷과 SNS, 유튜브 등에서는 이처럼 권력 기관과 그 하부 조직들이 취재를 무시하고, 폭언과 힘으로 찍어누르며, 책임을 서로 미루고 '쳇바퀴' 돌리듯 시간을 끌다 유야무야 넘어가는 행태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매서운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지방 자치단체와 의회, 그리고 지역 사회의 요직에 앉은 이들은 왜 이토록 쉽게 오만해지는가. 그것은 잘못을 저질러도 '잠시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묵인과 방관의 카르텔이 견고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민주당 전남도당 김원이 위원장은 "용납할 수 없는 행태"라면서도 "아직 통합 전이니 광주시당에서 조치해달라"며 슬그머니 책임을 넘겼다. 행정 구역은 거창하게 통합하겠다면서, 권력의 치명적인 허물을 징계하는 책임 앞에서는 여전히 '네 살림, 내 살림'을 따지는 모습이 참으로 궁색하고 씁쓸하다.
지역민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한 정치인의 화려한 스펙이나 거대 여당의 일방적인 독주가 아니다. 권력을 쥐었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인간에 대한 예의, 그리고 공직자로서의 최소한의 품격과 따뜻한 성찰이다.
타인의 대화에 끼어들어 주먹을 휘두르려던 당선인, 수화기 너머로 폭언을 퍼붓는 간부 공직자, 기자를 향해 손아귀로 목침을 치는 토착 세력들이 과연 내일부터 펼칠 의정과 행정 활동에서 시·도민들의 애달픈 목소리를 어떻게 경청하고 보듬을 수 있겠는가.
민주당 광주시당과 중앙당은 이번 사태를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박만 당선인에 대한 즉각적이고 엄중한 징계는 물론, 그가 과연 공직을 수행할 자격이 있는 인간적 품성을 갖추었는지 근본부터 되짚어야 한다. 아울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취재 거부'라는 배수진을 친 32개 언론인들의 처절한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권력은 시민이 잠시 빌려준 거울일 뿐이다. 그 거울을 맑게 닦아 어두운 사회를 비추기는커녕, 제 취한 얼굴에 가려 타인을 내리치는 둔기로 쓴다면, 주인인 시민은 언제든 그 거울을 산산조각 깨뜨릴 수 있다는걸 보여줘야 한다.
통합 특별시의회의 첫걸음이 오만과 폭력이라는 더러운 얼룩으로 얼룩진 지금, 민주당의 준엄한 결단만이 그 깊은 상처를 씻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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