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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칼럼] 화살은 표적만을 향해야 한다. ‘검증’의 탈을 쓴 여론 재판

[정치 칼럼] 화살은 표적만을 향해야 한다. ‘검증’의 탈을 쓴 여론 재판

‘차영수 후보’ 보도로 본 언론의 본령 상실과 이성 잃은 여론 재판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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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가까이 중앙 여의도와 전남·광주·제주의 정치권의 명암(明暗)을 지켜보며 수많은 선거와 마주했다. 선거철 언론의 감시와 검증 기능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보루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최근 마주하는 언론의 행태는 과연 ‘검증’이라는 신성한 이름표를 달 자격이 있는지 깊은 회의감이 든다.

특정 후보를 겨냥해 마치 사냥하듯 몰아세우고, 확정되지 않은 의혹을 기정사실화하여 대중의 제단 위에 올리는 모습은 언론의 본령(本領)을 망각한 ‘여론 재판’에 가깝다. 최근 민주당 강진군수 공천을 받은 차영수 후보를 둘러싼 이른바 ‘취재진 도주 극’과 재판 청탁 의혹 보도가 대표적이다. 일련의 보도들을 뜯어보면, 저널리즘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계적 중립과 절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선 취재진을 피해 자리를 떴다는 정황을 두고 ‘도주’라는 자극적인 프레임을 씌워 마치 중범죄자가 현행범으로 체포를 피하는 듯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선거라는 극도로 민감한 시기에 검증되지 않은 일방적 제보만을 들고 불쑥 들이닥치는 취재진을 마주했을 때, 공인으로서 대응을 정비하기 위해 자리를 피하는 것은 인간적인 방어기제일 수 있다. 이를 두고 ‘사무실을 관통해 대각선으로 도망쳤다’거나 블랙박스 영상을 들먹이며 모욕을 주는 방식은, 합리적 의혹 제기라기보다는 ‘망신 주기용 낙인찍기’에 불과하다.

더욱이 우리가 엄중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언론이 한 인간이 공인이 되기 훨씬 전의 삶과 과거사를 제멋대로 재단하고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공직에 몸담은 이후 권력을 남용해 문제를 저질렀다면 그것은 당연히 혹독한 비판과 법적 책임을 감당해야 할 영역이다. 그러나 한 인물이 평범한 시민이자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궤적 전체를, 단편적인 의혹 몇 가지로 난도질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묻고 싶다. 과연 그들은 차영수라는 한 인간이 걸어온 삶의 무게와 진실을 단 1%라도 정확히 알고서 펜을 휘두르는 것인가. 시골 마을에서 이웃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세월, 그 삶의 굴곡과 진정성을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함부로 타인의 인생을 ‘실패작’이나 ‘범죄’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더 심각한 것은 아직 사법적으로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2021년의 ‘재판 청탁 수수 의혹’을 다루는 방식이다. 제보자 K씨의 일방적인 구두 증언과 사적인 녹취록을 토대로 돈 상자의 띠지 유무, 자금 세탁 방식 같은 자극적인 디테일을 나열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이미 후보를 ‘유죄’로 단정 짓게 만들고 있다. 정작 핵심 인물로 거론된 전 지원장이나 변호사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전면 부인하고 있음에도, 언론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

언론의 역할은 수사기관이나 법관이 아니다. 만약 후보에게 실질적인 사법적 혐의와 증거가 있다면, 정당하게 사법당국에 형사고발을 하여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위를 가려내면 될 일이다. 그것이 법치국가의 원칙이다. 하지만 일부 언론과 유튜버들은 사법적 절차라는 지루한 과정 대신, 카메라와 자극적인 활자로 후보의 인격을 먼저 살해하는 손쉬운 길을 택한다.

중석몰촉(中石沒鏃)이라 했다. 쏜 화살이 돌에 깊이 박힐 정도로 온 힘을 다해 집중한다는 뜻이다. 언론이 권력을 검증할 때 지녀야 할 태도가 바로 이와 같다. 화살을 쏠 때는 오직 객관적 ‘사실(Fact)’이라는 표적만을 향해 극도로 신중하고 예리하게 쏘아야지, 빗나간 증오와 정치적 진영논리로 무고한 이의 인격을 관통해서는 안 된다.

과거의 전력이나 판결문과의 괴리를 지적하는 것까지는 언론의 자유 영역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를 엮어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범죄자로 여론몰이하는 것은 유권자의 정당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눈을 가리는 독(毒)이 될 뿐이다.

언론은 심판관이 아니며, 독자는 선동의 대상이 아니다. 독자들이 중립적인 시각에서 후보의 공과 과를 정당하게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이제라도 언론은 펜의 무게를 인식하고 차가운 이성을 회복해야 한다. 지금의 거친 여론몰이는 저널리즘의 승리가 아니라, 우리 언론 잔혹사의 또 다른 오점일 뿐이다.

쏟아진 활자는 주워 담을 수 없고, 낙인찍힌 상처는 선거가 끝난 뒤에도 쉽게 아물지 않는다. 언론이 휘두른 칼날에 쓰러진 자가 과연 후보 한 사람뿐이겠는가. 냉정을 잃은 언론이 우리 민주주의의 토양마저 황폐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는 거울을 보듯 스스로를 비추어 보아야 할 때다. 쏘아 올린 화살의 끝이 향해야 할 곳은 한 인간의 인격이 아니라, 오직 흔들리지 않는 '진실'의 표적이어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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