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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서울에서 가슴이 먹먹한 이유

서울 패배가 말해준 것, 이제 민주당은 부동산을 잡아야 한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 입장에서 전국적으로는 승리한 선거일 수 있다. 그러나 서울을 놓쳤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선거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판은 나쁘지 않았다. 정권 초반의 안정론도 있었고, 국민의힘은 이전 정권의 혼란과 탄핵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주식시장도 크게 올랐고, 수출과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경제가 살아난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겉으로 보면 민주당이 서울까지 가져올 수 있는 조건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서울은 졌다. 이것은 단순히 후보 개인의 문제나 조직력의 문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더 깊은 곳에 있는 민심의 지하수가 움직인 것이다.

그 지하수의 이름은 결국 부동산이다. 서울 시민, 특히 젊은 세대에게 집값은 단순한 경제 지표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가능성이고, 결혼의 조건이며,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현실이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바닥이다. 그런데 이 바닥이 계속 올라가면 젊은 세대는 발을 디딜 곳을 잃는다. 정부가 “주가가 올랐다”,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 “수출이 회복됐다”고 말해도 정작 청년들은 묻는다. “그래서 내 월급으로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습니까?”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어떤 정권도 젊은 마음을 얻기 어렵다.

주식시장 상승도 마찬가지다. 코스피가 오르고 자본시장이 좋아지는 것은 국가경제 차원에서는 분명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주식을 살 여유가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전혀 다른 체감이 생긴다. 여윳돈이 있는 사람은 주가 상승으로 자산을 불린다. 강남, 마용성, 한강벨트에 이미 집을 가진 사람들은 부동산과 주식이라는 두 개의 엔진을 동시에 달고 앞으로 나아간다. 반면 월세와 전세대출, 생활비에 쫓기는 젊은 세대는 같은 뉴스를 보면서도 박탈감을 느낀다. 남들은 자산 열차를 타고 떠나는데 자신은 플랫폼에 남겨진 느낌이다. 이 감정이 정치적으로 쌓이면 정권에 대한 분노가 된다.

민주당이 자주 실패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경제지표를 너무 거시적으로 읽고, 청년의 삶을 너무 정책 문서처럼 읽는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추상적인 성장률이 아니라 “내가 열심히 살면 10년 뒤에는 집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런데 서울 집값이 계속 높게 유지되고, 전월세 부담이 줄지 않으며, 부모 도움 없이는 출발선에 설 수조차 없다면 청년들은 정치에 등을 돌린다. 심지어 정권이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저 사람들은 내 삶을 모른다”고 판단한다. 이것이 무서운 것이다. 표심은 논리보다 체감에 먼저 반응한다.

이번 서울 선거에서 한강벨트가 중요하게 거론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강벨트는 단순한 지리적 표현이 아니다. 서울 자산 격차의 상징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 중 일부는 집값 상승의 수혜자이고, 주식시장 상승의 수혜자이며, 자산 방어 본능이 강한 계층이다. 이들은 부동산 가격을 급격히 흔드는 정책을 싫어하고, 세금과 규제에 민감하다. 그러나 동시에 그 주변과 바깥에 있는 무주택자, 청년, 신혼부부, 월세 세대는 같은 집값 상승을 좌절로 받아들인다. 결국 서울 정치는 집 가진 사람의 불안과 집 없는 사람의 분노가 정면으로 부딪히는 전쟁터가 되었다. 민주당은 이 두 감정을 동시에 읽어야 했지만, 아직도 충분히 읽지 못하고 있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중요한 것은 다음 선거가 아니라 다음 정책이다. 민주당이 정말 정책 실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부동산을 안정적으로 내려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하락은 시장을 박살내는 폭락이 아니다. 폭락은 금융불안을 부르고, 서민의 전세보증금과 가계부채까지 흔들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예측 가능한 하향 안정이다. 투기적 기대는 꺾고, 실수요자의 사다리는 살리고, 공급은 늘리되 특정 지역의 개발 이익이 다시 투기판으로 흐르지 않게 막는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다.

첫째,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는 말을 구호로만 해서는 안 된다. 시장이 믿을 수 있는 숫자와 일정표를 내야 한다. 어느 지역에, 어떤 방식으로, 몇 년 안에, 어떤 유형의 주택을 공급할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필요한 것은 초고가 아파트가 아니라 직장과 교통이 연결된 실거주 가능한 주택이다. 역세권, 노후 공공부지, 유휴부지, 도심 저밀 지역을 활용해 장기임대, 분양전환형, 지분공유형, 토지임대부 주택을 촘촘하게 섞어야 한다. 공급 없는 규제는 분노를 낳고, 규제 없는 공급은 투기를 낳는다. 둘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둘째, 갭투자와 다주택 투기 수요는 확실히 눌러야 한다. 실수요자의 대출은 살리되, 전세를 끼고 여러 채를 사는 투기 구조에는 더 높은 금융 부담을 줘야 한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오를 것 같으니 지금 사야 한다”는 집단 심리다. 이 기대를 꺾지 못하면 청년들은 다시 절망한다. 다만 정책은 갑작스러운 폭탄처럼 발표해서는 안 된다. 세금, 대출, 임대차 정책은 예고 기간을 두고 일관되게 가야 한다. 시장은 강한 정책보다 오락가락하는 정책을 더 무서워한다. 갈지자 정책은 투기꾼에게는 기회를 주고, 실수요자에게는 공포를 준다.

셋째, 주식시장 부양과 부동산 안정은 함께 가야 한다. 정부가 자본시장 개혁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성과가 자산가에게만 집중되면 정치적 역풍이 생긴다. 청년에게도 자본시장 상승의 과실이 닿아야 한다. 청년 장기투자 계좌, 세제 혜택, 매칭 저축, 소액 장기투자 보호 장치, 금융교육, 주거자산 형성 프로그램이 함께 가야 한다. “주가가 올랐으니 경제가 좋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청년이 실제로 투자할 종잣돈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넷째, 민주당은 청년을 계몽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경청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 청년들은 무지해서 분노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보다 계산이 빠르기 때문에 분노한다. 월급, 월세, 대출이자, 결혼비용, 출산비용, 집값을 계산해보면 답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청년에게 “기다리라”고 말하는 정치는 실패한다. “어떻게 하면 당신의 첫 집, 첫 자산, 첫 안정이 가능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선거 때만 청년을 찾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부동산 이해집단과 관료 논리에 끌려가면 다음 선거에서도 같은 전철을 밟게 된다.

이번 서울 패배는 민주당에 아픈 경고다. 전국 승리에 취해 서울의 신호를 무시하면 안 된다. 서울은 대한민국 정치의 조기경보기다. 서울에서 부동산 민심이 돌아서면 수도권 전체가 흔들리고, 수도권이 흔들리면 정권의 중심이 흔들린다. 과거에도 부동산 실패는 정권 지지율을 무너뜨리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주가 상승, 수출 호조, 거시경제 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집값과 전월세가 잡히지 않으면 민심은 차갑게 식는다.

민주당이앞으로해야일은분명하다. 부동산을정치구호가아니라국가생존문제로다루어야한다. 집값을안정적으로낮추고, 청년과신혼부부에게실제주거사다리를놓고, 자산격차가정치적분노로폭발하지않게해야한다. 부동산은단순한시장이아니다. 그것은계층이동의문이고, 세대갈등의화약고이며, 정권신뢰의마지막시험대다. 이번서울선거는사실을다시보여주었다. 민주당이경고를제대로읽는다면다시기회가있다. 그러나또다시주가와지표만보며청년의마음을놓친다면, 서울의패배는번의사고가아니라반복되는운명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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