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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도 AI에게 물어볼 겁니까

스타벅스 사태를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어쩌다 이런 문구가 나왔을까’가 아니었다. ‘이게 어떻게 최종 승인까지 갔을까’였다.

 

마케팅은 실수할 수 있다. 문구 하나가 어긋날 수도 있고, 내부에서 미처 못 본 맥락이 뒤늦게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 일은 그런 식으로 넘기기 어렵다. 5월 18일, 탱크, 그리고 “책상에 탁”. 이 조합은 우연히 지나가기엔 너무 선명했고, 몰랐다고 하기엔 너무 무책임했다.

 

더 놀라운 건 그다음이었다. 해명이 사과보다 앞서는 듯했고, 책임보다 설명이 많았다. AI에 물어봤다는 말까지 나왔다. 순간 소비자는 묻게 된다. 그럼 최종 판단은 누가 한 것인가. 사람인가, 시스템인가, 아니면 아무도 없었던 것인가.

 

기업은 종종 위기 때 “고의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물론 고의 여부는 중요하다. 하지만 소비자가 분노하는 지점은 꼭 그곳만이 아니다. 정말 무서운 건 고의가 아니었다는 말이 오히려 더 큰 불안을 준다는 점이다. 고의가 아닌데도 이 정도 사고가 났다면, 그 회사의 검수라는 것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작동하고 있었던 것인가.

 

이 문제는 스타벅스 한 브랜드에서 끝나지 않는다. 신세계와 이마트는 사람들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기업이다. 커피만 파는 회사가 아니다. 먹거리, 생활용품, 간편식, 자체 브랜드 상품까지 소비자의 식탁과 냉장고에 들어오는 물건들을 다룬다. 그런 기업의 핵심 자산은 매장 수나 매출이 아니라 신뢰다.

 

물론 마케팅 문구 검수와 식품 안전 검수는 다른 영역이다. 식품에는 별도의 기준과 절차가 있을 것이다. 이번 일만으로 제품 검수가 실제로 부실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신뢰는 부서별로 따로 작동하지 않는다. 소비자는 “마케팅팀은 못 믿겠지만 품질관리팀은 믿겠다”고 칸을 나누어 생각하지 않는다. 한 조직이 중요한 사회적 맥락을 놓치고, 그 뒤의 설명마저 어설프면 그 불신은 자연스럽게 회사 전체로 번진다.

이번 사태에서 회사가 해야 했던 말은 복잡하지 않았다.

 

“고의는 아니었습니다”가 아니라 

“검수에 실패했습니다”였어야 했다.

“AI가 추천했습니다”가 아니라 

“사람이 책임지겠습니다”였어야 했다.

“조사 결과 그렇습니다”가 아니라 

“저희 말만 믿어달라고 하지 않겠습니다”였어야 했다.

 

대기업은 실수를 하지 않는 조직이어서 대기업인 것이 아니다. 실수를 막는 장치가 있고, 실수를 했을 때 책임지는 방식이 있어서 대기업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대응은 그 기본을 보여주지 못했다. 문구 하나가 문제였던 것이 아니라, 문구 하나를 아무도 멈추지 못한 조직이 문제였다.

 

소비자는 이제 묻는다.

그 회사의 검수라는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가.

마케팅 문구도 AI에게 물어봤다는데,

제품 검수도 AI에게 물어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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