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의료사고로 인해 474일째 중환자실에서 무의식 상태로 치료를 받고 있는 18세 김주희의 엄마입니다.저희는 의료도, 법도 잘 모르는 평범한 부모입니다.
그러나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던 아이가 의료사고로 뇌 대부분이 손상되었다는 말을 들은 그날 이후,
저희는 그날 어떤 판단이 있었고 어떤 대안이 검토됐으며 왜 결과적으로 그런 상황에 이르렀는지를 부모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의 설명을 듣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하였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부모로서 감당해야 할 책임이며,
아이의 현재 상태를 받아들이기 위한 최소한의 과정입니다.
그러나 병원은 의료과실을 부인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최선을 다했다” 외의 그 어떤 설명이나 유감의 표현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저희는 진실을 알고자
지난해 4월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절차는 신체감정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이 과정은 길게는 5년에서 10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시간 동안 피해자와 가족은
심리적으로, 경제적으로 무너져 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이 길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진실을 알고 싶어서입니다.
그런데 어제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법제 사법위원회 에서 심의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저희와 같은 의료사고 피해자에게 또 다른 선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일반인인 저희에게는 매우 어렵고 복잡한 내용이지만,
현재까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민사재판에서 승소하더라도,
의사는 손해배상금만 지급하면 의료과실을 인정하지 않아도 되고,
사과나 유감의 표현 없이도, 피해자의 동의나 의사와 상관없이 형사처벌이 면제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결국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받을 것인지, 형사책임을 물을 것인지”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형사소송을 제기할지 여부는
당사자가 선택해야 할 권리입니다.
금전적 배상이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진실을 밝힐 기회와 책임을 묻는 권리까지 제한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가족에게 돌아옵니다.
저희는 손해배상금을 위해 지난 시간과 앞으로의 긴 시간을 버티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알고 싶어서입니다.
이 개정안이 정말 환자를 위한 것이라면,
왜 피해자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알 권리와 책임을 묻는 권리”를 제한하는 것인지,
그리고 왜 정작 당사자인 피해자와 그 가족의 목소리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손해배상으로 진실과 책임까지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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