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통합특별시장, 비전과 책임의 무게 뉴스라운드
광주와 전남이 다시 한 배에 오른다. 1986년 행정구역 분리 이후 40년 만이다. 오는 7월 출범을 앞둔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단순한 간판 교체가 아니다. 예산과 조직, 권한과 책임을 전면 재설계하는 초유의 실험이자,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지형을 다시 그리는 사건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정치권의 시선은 ‘초대 시장’이라는 타이틀에 쏠려 있다. 출발선에 선 거대한 과제보다 결승선의 정치적 상징성이 더 부각되는 형국이다.
하지만 통합특별시장은 영광의 자리가 아니라 책임의 자리다. 얽히고설킨 이해를 조정하고, 속도보다 균형을 택해야 하는 ‘가시관’에 가깝다. 지금 필요한 리더십은 장밋빛 청사진을 흔드는 카리스마가 아니라, 거친 파도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정교한 행정력이다.
출마를 선언했거나 거론되는 인물들의 색채는 분명하다. 민형배 의원은 AI·에너지 신산업 중심지라는 역동적 비전을 내세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메가시티 담론을 이끌어온 추진력을 강조한다.
신정훈, 이개호, 주철현 의원 역시 지역별 발전 전략과 견제의 필요성을 말한다. 여기에 정준호 의원도 제도적 보완과 지역 경쟁력 강화를 통한 통합의 실질적 방안을 제시하며 후보군에 포함된다. 각자의 구상은 저마다 설득력을 지닌다.
그러나 통합의 성패는 ‘선언’이 아니라 ‘미세 조정’에서 갈린다. 광주 중심론을 둘러싼 전남의 경계심, 농어촌 소멸과 구도심 공동화라는 이중 과제, 상이한 산업 구조와 재정 여건은 구호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밀운불우(密雲不雨), 구름만 가득하고 비는 내리지 않는 답답한 형국이 되지 않으려면 화려한 비전보다 촘촘한 실행이 필요하다. 갈등을 잠재우는 설득과 이익을 나누는 기술이 통합의 진짜 동력이다.
이 대목에서 김영록 전남지사의 ‘관리형 리더십’이 거론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는 특별법 논의 과정에서 다수의 특례를 관철시키고, 중앙정부와의 예산 교섭에서 성과를 쌓아왔다.
법률 문구 하나, 예산 항목 하나를 끝까지 붙드는 집요함은 통합 초기의 복잡한 난제를 다루는 데 강점이 될 수 있다. 물론 안정은 때로 답답함으로 비칠 수 있다. 그에게 남은 과제는 탄탄한 행정 경험 위에 시도민을 설레게 할 미래 서사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더하느냐 일것이다.
결국 선택의 기준은 단순하다.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버티며 끝까지 설득할 수 있느냐다. 통합 이후 몇 년은 예산 배분과 조직 통합, 인사 재편이라는 고통스러운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시간이다. 박수받는 결단보다 박수받지 못하더라도 원칙을 지키는 끈기가 요구된다.
통합은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광주와 전남은 산업 구조도, 재정 여건도, 지역 정서도 다르다. 예산 배분과 조직 통합, 특례 제도 복원 문제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겹겹이 쌓여 있다. 이 난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것은 카리스마만도, 청사진만도 아니다. 치밀한 계산과 끈질긴 설득, 때로는 박수받지 못할 결정을 감내하는 책임감이다.
초대 통합특별시장은 ‘영광의 자리’라기보다 ‘가시관’에 가깝다. 속도를 택할 것인가, 균형을 택할 것인가. 혹은 그 둘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 통합의 성패는 결국 그 선택에 달려 있다. 거대한 배가 첫 항해를 시작하는 순간, 필요한 것은 과시적 선장이 아니라 흔들림을 줄이는 조타수일지도 모른다. 판단은 이제 시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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