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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 광주’의 비명, 데이터 뒤에 숨은 행정은 죄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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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 광주’의 비명, 데이터 뒤에 숨은 행정은 죄악이다

“의사 없는 빈 병상만 띄우는 행정은 폭력이다... 이제는 시스템을 수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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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이미지. ⓒ뉴스라운드

 

광주 조선대 캠퍼스에서 갓 피어난 청춘이 심정지로 쓰러졌을 때, 그가 마주한 것은 불과 100m 앞 대학병원의 굳게 닫힌 문이었다. ‘빛고을’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골든타임의 끝자락에서 구걸하듯 병원을 찾아 헤매야 하는 이 기괴한 풍경은 2026년 대한민국 지역 의료의 파산 선고나 다름없다. 탯줄도 떼지 못한 신생아가 타 시도를 떠돌고, 잘려 나간 손가락을 들고 전주까지 달려가야 하는 참혹한 현실 앞에 지자체의 행정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광주시가 내놓은 대책은 실망을 넘어 참담하다. 야심 차게 발표한 ‘원스톱 응급의료 플랫폼’은 벼랑 끝에 선 의료 현장의 무게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행정 편의주의의 산물이다. 지자체는 플랫폼만 구축하면 정보 공유가 원활해져 ‘뺑뺑이’가 사라질 것처럼 광고한다. 하지만 착각하지 마라. 구급차가 길 위를 배회하는 것은 갈 곳을 몰라서가 아니라, 받아줄 ‘의사’와 ‘수술방’이 없기 때문이다.

전문의 부재로 인한 응급실 재이송률이 4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빈 병상 숫자만 깜빡이는 모니터는 환자를 치료 가능한 곳이 아닌 ‘방치될 곳’으로 밀어 넣는 잔인한 통로일 뿐이다. 행정은 고통의 비명을 데이터로 치환하며 책임을 다했다고 자위해서는 안 된다. 픽셀로 변환된 환자의 생명은 더 이상 존엄한 인격이 아닌 ‘처리해야 할 숫자’로 전락할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코앞으로 다가온 명절이다.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고 응급 환자가 평시보다 몇 배로 폭증하는 명절 연휴는, 이미 붕괴한 지역 의료 체계에 최후의 일격을 가할 ‘예고된 재앙’이다. 평일에도 의사가 없어 문을 닫는 응급실이 태반인데, 휴진이 겹치는 명절에 지자체는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가.

그때도 플랫폼의 병상 숫자만 바라보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뺑뺑이’를 돌다 길 위에서 숨지는 시민의 소식을 기다릴 것인가. 명절의 즐거움이 지역민들에게는 ‘아프면 죽는다’는 실존적 공포로 변질된 지 오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자체의 무대책은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도박이나 다름없다.

광주시가 꺼내 든 ‘응급환자 강제 배정’과 ‘거부 시 제재’는 독단적이다. 배후 진료 인력이 고갈된 병원에 수용을 강제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의료사고의 책임을 개별 의료진의 어깨에 지우는 ‘구조적 폭력’이다. “우리는 환자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의사들의 절규를 외면한 채 사명감이라는 이름의 족쇄를 채우는 행위는 ‘메디컬 엑소더스’를 가속할 뿐이다.

전남도 역시 30년 숙원인 의대 신설을 두고 ‘공모’니 ‘통합’이니 하는 정치적 수사 뒤에 숨어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 전남대병원 응급실에서 전남 거주자의 사망률이 광주보다 높게 나타나는 가혹한 통계는 국가와 지자체가 시민의 생존권을 사실상 방치해왔다는 자인서다.

지금 당장 수술해야 할 것은 환자가 아니라, 빈사 상태에 빠진 지역 의료 정책 그 자체다.

정부는 전남권 의대 신설을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즉각 결단해야 한다. 또한 강제 배정을 논하기에 앞서, 불가항력적 의료 사고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는 ‘면책 제도’를 선행해야 한다. 보호받지 못하는 의사는 더 이상 환자를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허울 좋은 플랫폼 뒤에 숨지 말고, 소방-지자체-의료계가 책임과 위험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강력한 ‘지역 컨트롤타워’를 가동해야 한다.

의료는 시장 논리에 맡겨진 서비스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생존권이다. 응급실 문턱에서 발길을 돌리는 비극이 ‘지역의 숙명’으로 굳어지는 순간, 공동체는 해체된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응급실 문 앞에서도 멈춰 서서는 안 된다. 이번 명절, ‘빛고을’의 비명이 통곡으로 바뀌지 않게 하라. 그 책임은 오롯이 국가와 지자체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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