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에 등장하는 두 조연 혼비와 백산의
한장면 입니다.
백산의 말에 혼비가 무겁게 말을 받았다.
ㅡ옛날 에 천문 지리 역술에 통달한 도사가 있었어.ㅡ
벡산이 대답대신 그래서? 하고 눈으로 말했다.
- 그 도사가 주막에서 술을 마시고 있으니까 그를 아는 사
람들이 와서 보고 아는 체를 했어. 그 도사가 구석에 앉은 젊
은이를 말했어 . 젊은이 어디가나? 젊은이가 도사에게 과거 보
러 간다고 하자 도사는 젊은이를 보고 혀를 차며 고개를 좌우
로 흔들었어.
옆에 앉은 사람이 도사에게 물었지.
-저 젊은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도사가 들은 체도 안하고 젊은이에게
-젊은이 ! 가봤자 소용없으니 이만 왔던 길로 다시가게.-
라고 말하자 젊은이와 옆에 있던 사람은 마른 하늘에 웬 날벼
락이라는 듯 눈을 멀뚱히 뜨고 도사를 쳐다보고 있었어.
젊은이는 도사의 말을 듣고 기가 막혔어.
저 도사가 허튼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쯤은 세상 사람
이 다 안다. 그렇다고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이대로 돌아서서
가야한단 말인가
마음이 심란 해진 젊은이는 방을 나와 처마 밑에 서있었지 .
마침 비가 내려 자신이 처량하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처마 끝으
로 빗물이 흘러 내렸어. 젊은이가 눈을 들어 무심코 바라본 자
리에는 낙숫물을 받는 물 항아리가 놓여 있었지. 똑바로 서 있
지 않고 비스듬히 놓여 있는 물 항아리가 마음에 걸리기는 했
지만 지금 그게 문젠가 그저 보고만 있었어.
손가락으로 톡 건드리기 만해도 넘어져 받아 놓은 빗물이 쏟아
질 것 같았지.
이 때 물 항아리 옆으로 수천의 개미들이 줄지어 자기들 집으
로 들어가고 있었어.
저 물 항아리가 쏟아지면 개미들이 죽겠구나.
젊은이는 비를 맞으며 물 항아리를 똑바로 세워 놓았어.
이렇게 해놓았으니 괜찮을 거야. 생각했지.
밖으로 나온 도사가 젊은이를 보고 말했어.
_아니 그새 무슨 일이 있었나? -
젊은이가 생각하기에 일은 무슨 일?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았
어 . 그래도 생각을 쥐어짜자 ,밖으로 나와서 처마 끝에 서있
었고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아하 물 항아리 옮긴 것 밖에는 기
억이 안 나는 거야. 그래서 말했지. 비스듬히 서있는 물 항아
리 옆으로 개미들이 지나 가길래 물 항아리가 엎어지면 개미
들이 위험 할 것 같아 물 항아리를 똑바로 세워 준 것 밖에
없다고 말했지.
도사가 말했어.
- 가서 과거를 보게.-
젊은이는 아까는 집으로 가라 하고 ,지금은 과거 보러 가라하
니 이건 놀리는 것 도 아니고 도통 갈피를 잡을 수 없어 조심
스럽게 물었지 . - 왜 지금은 아까와는 다르게 말씀 하십니
까?-
-아까와 지금과는 다르다. 상이 틀려졌어. 지금은 수천의 목숨
을 구해서 아까와는 다르게 아주 상서러운 기운이 드는 걸
보니 장원급제할 상이야. - 이랬대-
인간사의 길 흉 화 복은 이미 정 해진게 아니라 다 자기가 만
들어 간다는 것을 알려주니 명심하도록 해라. 어험! 이런 좋은 말은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야.
혼비가 팔짱을 끼며 눈을 지그시 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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