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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운 좋은 사람인 줄 알았어요(전세사기, 그리고 암 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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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20대 후반의 서울살이 중인 청년입니다.

지방에서 태어나, 여타 남학생처럼 컴퓨터를 좋아했고, 관련 학과를 졸업하여 서울 상경했습니다.

학벌이 좋지는 않아 2021년 중소 IT 기업에 취직을 했습니다.

비록 200만원 초반의 월급으로 시작했지만 꾸준히 노력하여 자기개발도 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올렸습니다.


형님들 주위를 둘러보시면 "얘는 운 좋은 팔자네" 하는 친구가 한 명쯤은 있을거예요, 저도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친구들과 같이 사소한 이벤트에 응모하여 유일하게 당첨이 된다든가, 아니면 정말 작은 일에도 "운 좋다"라는 말을 주위에서 많이 들었어요.

솔직히 가정형편은 좋지 않았습니다. 중학생 때 부모님께서 이혼하시고, 소위 말하는 차상위계층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말 부족함 없이 받고 자랐다고 생각합니다.


첫 서울 자취방은 잠실동의 전세 1억 2천짜리 원룸이었습니다.

비록 실평수 3~4평대의 침대 하나만 들어가면 밥 먹을 곳 조차 여유롭지 못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이모부의 말을 항상 새겨들으며 노력했습니다.

이모부께서는 서울에 사시기에 제 서울 생활동안 아버지 역할을 해주셨어요.


전세금은 중소기업청년대출을 통해 당시 1.2% 이자의 아주 파격적인 이율로 대출받아 보증금을 냈어요. 한 달에 약 10만원 언저리의 이자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스스로 운 좋다는 제 생각은 송두리째 박살나고 무너집니다.


현재와 달리 당시 전세의 분위기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2022년도 12월 말에 발생한 인천의 빌라왕 사태가 터지기 전이었고, 전세사기라는 말이 그렇게 유행하지 않았습니다.

전세 계약 전, 보증보험을 들고싶어 부동산 중개인에게 문의했으나. 중개인은 "집주인이 여러가지 서류를 내야하는데 번거로워한다."라는 이유로 거절하였습니다.

당시 보다 저렴한 시세의 전세집이라 보증보험을 못해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 아쉬웠고, 잘못된 판단으로 덜썩 전세계약을 진행했습니다.

계약 전, 등기부등본을 면밀히 살펴 당시 근저당이 건물 대비 약 40% 잡혀있는 것으로 보았고, 다가구주택이기에 선순위 보증금 또한 5억으로 문제 없다 판단하여 계약했습니다.


약 반 년 후, 20억 상당의 근저당과 가압류가 들어왔고 당시 경험이 없던 저로서는 큰 일이라도 난 줄 알았습니다.

다행히 제 후순위라 아무런 문제가 없는 근저당이며, 해당 근저당 또한 말소가 되었습니다.


이후 저는 너무 작은 집보단 조금 더 큰 집을 원하여 부동산 중개인에게 퇴거 의사를 밝혔습니다.

여기서 임대인은 중개인에게 집 관리 등 모든 권한을 위임장과 함께 중개인에게 위임한 상태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집주인 번호도 알 수 없었습니다. 집에 문제가 있거나, 관련 문의는 항상 중개인을 통하여 전달받는 형식이었구요.


퇴거 의사를 밝힌 후, 집주인이 직접 연락이 왔습니다.

"자금 마련이 당장은 힘들 것 같다, 6개월만 기다려 달라"

저는 당장이라고 나가고 싶은 마음에, 현재 집이 너무 좁아 빨리 이사를 가려고 한다, 못 기다릴 것 같으니 보증금을 계약이 끝나는 날 당장 달라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집주인은 "월세비 80만원을 6개월 동안 지급하겠다." 라는 말과 함께 단기월세방을 알아보라고 하였습니다.


사회생활이 부족하다거나, 제가 사람을 너무 믿어 멍청한 것도 맞습니다.

저는 그 말을 덜컥 믿어 단기월세방을 계약했으나, 역시 그 월세비 또한 지급해주지 않았습니다.

독촉에 독촉을 이어 480만원 중 절반을 지급받았고, 나머지 절반은 2년이 지난 아직까지 지급받지 못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일까요, 저는 첫 직장에서 더 좋은 조건의 직장으로 이직했습니다.

월급 또한 300만원 중반대로 크게 올라 저 뿐만 아니라 부모님 또한 좋아하셨어요.

집 문제 또한 해결되리라 믿으며 열심히 일했습니다. 정말로요.


이직 후 한달 반 정도 지났을 때, 출근하며 목을 만져보니 왼쪽에 혹이 만져졌습니다.

반반차를 사용하여 회사 근처의 작은 병원을 갔고 "물혹 같은데 혹시 모르니 큰 병원을 가봐라." 라는 말씀과 함께 소견서를 적어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대학 병원을 예약했고, 조직검사 결과 "활막육종"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당시는 해당 병명이 무엇인지도 몰라 육종... 지방종...? 정도로 생각했으나 희귀암 중 하나였어요.


암 선고 이후 제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립니다.

한달 후 바로 입원하여 목의 암 덩어리 제거와, 갑상선 전절제, 림프절 절제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3개월 후 40회의 방사선치료를 받았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의사 선생님 또한 "좋은데요?"라는 말씀을 하셨고, 이대로 제 투병생활은 끝나나 했습니다.


또다시 3개월 후 추적검사 1회차에서, 폐 전이 소견을 받았습니다.

아직도 기억납니다. 결과를 미리 보고싶어 회사 화장실에서 병원 앱을 켜, 검사결과지를 유로로 받아 읽었을 때... "폐에 종양이 새로 생겼으며, 전이로 보임"이라는 문구를 손을 벌벌 떨면서 보았어요.


저는 멘탈이 나갈대로 나가버려 팀장님과 인사팀과 면담을 했고, 1개월 인수인계 후 퇴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항암치료가 당연했거든요. 회사에 피해를 주는 것 같았습니다.


전세집은 저보다 퇴거일자가 빠른 임차인의 보증금 미반환으로 강제경매에 들어갔습니다.

알고보니 집 계약서의 "선순위 보증금 5억" 또한 허위로 기재되었고, 적어도 20억 이상의 보증금이 저보다 앞에 있었습니다.


더 조사해보니 임대인은 그저 명의만 임대인이지 실질적 관리는 건설업 대표 남편이 하고있었습니다.

그리고 임대인, 남편, 임대인과 남편의 가족들 대부분이 건물을 소유했고 해당 건물들 또한 현재 강제경매 절차 진행중입니다. (약 200억 대 추산)

또한, 부동산 중개인은 남편 건설사 회사의 법인 부동산으로 추정되며, 직원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음에도.. 집주인 와이프가 자기 딸이 아이돌 댄스 학원에서 춤 추는 인스타 영상에다가 댓글을 다는 걸 보면 자식이 무슨 잘못이 있겠냐만 제 눈에는 피눈물이 납니다.


이렇게 되면 경매가 되어 집이 넘어가게 될 경우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건 당연했습니다.

국토부에서 공식적으로 전세사기피해자를 인정 받았습니다.

항암 치료와 전세사기, 이때부터 저는 "가장 운 없는 사람"으로 바뀝니다.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머리가 모두 빠지고, 항암약 투약 후 약 1주일은 하루에 20시간 씩 잘 정도로 체력이 바닥입니다. 속은 울렁거리며, 파워에이드로 배를 채우고 다시 자고를 반복했습니다.


매일 오열하며 전세사기를 당한 막막함, 그리고 정말 죽을수도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항암약은 잘 드는 듯 하더니 어느새 잘 듣지 않았습니다.

이 약은 심장에 아주 큰 부작용을 줄 수 있어 인생에서 8회까지 제한되는 약입니다.

6회까지 투여 후 중단했고, 종양 크기 증가 소견을 받아 현재는 임상시험에 참가하여 다른 약으로 항암 중입니다.


3주에 한 번씩 항암을 받고, 9주에 한 번씩 CT 결과를 찍어 결과를 듣고를 반복합니다.

이제는 주삿바늘이 익숙합니다. 체혈은 물론이고, 가슴에는 케모포트라는 장치를 심어 항암합니다.

결과를 들을 때마다 9주치 생명을 연장받는 느낌입니다.

다시 일을 하고 싶지만, 그것 또한 항암치료로 인해 쉽게 구해지지도 않습니다.


단언컨대 저는 작년에 운 없기로 전 세계에서 0.1퍼센트에 들었을겁니다.

앞으로의 삶이 막막합니다.

하소연하는게 처음입니다, 슬픔을 나누면 위로라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처음 글을 남겨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 사진은 전세사기와 항암 관련 문서입니다.



전세사기피해자결정문.png

 


초진기록 (1).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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