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강경으로 1시간도 채 안걸리는 간단한 수술이라서
보호자도 필요 없다고 큰소리 치던 아내가
수술을 앞두고 뭔가 불안한지 보호자의 필요성을
넌지시 이야기 합니다.
문제는 저는 코를 심하게 골아서 병원에서 잘 수 없다는 거죠.
결국 간병인을 구하기로 합니다.
간병인이 있으니까 입원 당일 데려다 주고
퇴원 당일 데리러 오라던 아내는 입원날이 다가오자
마음이 변합니다.
입원 당일 수속 다 마치고 병실까지 같이가서 좀 있다가
가라는 거죠.
그리고 별거 아니니까 수술 당일도 오지 말라던 이야기도
'아침 일찍은 오지마라'로 바뀝니다.
문제는 제 일정이 심하게 꼬입니다.
거래처 물건 오는 날과 시간이 통채로 뒤엉킵니다.
병원에 가고 거래처가 끊기던가
안 가고 제 목숨이 끊기던가....
여튼 입원 수속을 마치고 간병인이 아니라서 저는 병실에
들어가지 못하는 관계로 병실 창밖에서 오락가락하면서
'나 보여?'라고 전화도 하고......그렇게 입원날은 무사히 넘어 갑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인 수술날....지난 화요일......
3시 수술이라고 해서 1시 조금 지나서 도착하려고
1시간 거리의 병원을 2시간 전에 출발을 합니다.
길이 막히는 관계로 아슬아슬하게 도착은 했습니다.
문제는 아내가 가져오라는 물건을 챙겨왔는데
내가 들어 가질 못하니까 아내가 나와야 하고 수술 준비전에
아내를 만나야 합니다.
지하 3층....아시다시피 병원 엘리베이터는 엄청 느립니다.
층마다 다 섬....다......
4층까지....계단을 선택 합니다.
아마 2층 정도 였을 겁니다. 잘못된 선택임을 깨달은게......
시간안에 4층에 도착하여 아내에게 물건을 전달하고
수술 도중에 보호자 호출이 있을수 있다고 하는데
혹시나 제 신분증등이 필요할지 모르는 상황이라서
차에 둔 지갑을 가지러 다시 내려 갑니다.
역시 엘리베이터는 느리고....계단으로.......
그나마 다행히 이번에는 엘리베이터랑 타이밍이 맞아서
타고 올라 갑니다.
근데...아주아주 큰 병원은 응급환자들이 있어서
'하찮은 병'으로 온 사람들의 수술이 미루어 집니다.
아마도 제 아내가 그날 수술중에 가장 하찮았던 모양입니다.
3시 예정인데....4시가 넘어가도 5시가 넘어가도 도통 부르지를 않습니다.
병동앞 대기 의자에 앉아서 마냥 기다립니다.
병원이라는 곳이 '더 아픈사람 우선'인지라 항의도 못합니다.
그렇게 6시가 넘어가고 수술을 앞두고 금식중인 아내를
병실로 보내고 저는 밥을 먹고 옵니다.
이제부터가 위험합니다. 사람은 배고프면 사나워 지거든요.
7시가 넘어가자 저도 화가 납니다.
'아니 이렇게 늦춰질거면 주차비라도 할인을 해주등가 응!'
7시 45분에 호출이 옵니다.
수술실 이동용 침대가 오고 아내가 그 침대를 타고
수술실로 갑니다.
입구에서 저는 바로 옆 보호자 대기실로 안내를 받고
수술실 현황 전광판을 보게 됩니다.
빌어먹을 양자역학......
15분이나 지나서야 아내의 이름이 전광판에 올라 옵니다.
1시간 예상인 수술.....이제 기다림의 시간입니다.
전광판의 다른 분들의 현황이 같이 표시 됩니다.
수술종료 후 회복실이 아닌 중환자실로 이동하신 분은
부디 잘 회복 하셨기를......그렇게 남 걱정하는데
보호자 호출이 옵니다.
시계를 보니 수술 시작 한지 15분 정도.....
'아 수술이 취소가 되나 보구만.....'라는 생각에 보호자 대기실을 나서려는데
이미 입구에 담당 교수님이 와 계십니다.
'수술 잘 되었구요. 다른 부분들도 다 깨끗해서 더
걱정하실건 없고 회복실 들러서 30분 후에 나오실 거에요'
일단 감사하다고 수고하셨다고 반사적으로 인사는 하는데
머리속이 복잡 합니다.
1시간 이라더만......
20분 정도 지나서 전광판에 아내가 병실로 이동 할거라고
안내가 나오고 곧 수술실 입구에서 아내를 태운 침대가 나옵니다.
마취도 다 깨어서....내가 '수술 잘 되엇다고 하시더만...'이라고
전했더니 아내의 대답이.....
'15분 걸렸데.....15분......'
마취가 겨우 깬 그 와중에도
'우씨 5시간 기다렸는데 15분 수술 하기를.....'이런
생각이었을 겁니다.
병동 입구에서 아내만 들여 보내고 병실에 들어가는 것까지
보고 집으로 돌아 옵니다.
아내가 없는 집은.....집에 아내가 없으니까 너무 조.....
음..너무 조용하더만요.....조용하다는 거죠.
좋다는게 아니라.....
수술 다음날인 어제 아침 7시.....난 자고 있는데
카톡이 옵니다.
'밥은 안주고 미음을 주는데 맛이 너무 없다'고 말입니다.
보나마나 왔으면 하는 느낌인데
다행히 카센터에 손님이 밀려 듭니다.
밀려도 너무 밀려 듭니다.
손님이 없었더라면
'15분 수술 하기를 5시간을 기다리고! 응!'이라는 불만을
저한테 쏟아 낼것이 뻔한 상황인지라 찾아주는 손님들이
참 고맙습니다. 덕분에 병원에 안가고 일을......
그 중 단골손님과 그런 대화도 합니다.
'아내가 어제 수술을 해서 일찍 끝내고 가 볼 생각이다.'
대충 이런 대화끝에
'수술비 벌어야 하니까 2만원 바가지로 얹겠다'와
'깍아 주지는 못할 망정 대놓고 그러는건 좀....'이라는
대화를 나누었것만 나중에 보니 3만원 더 놓고 가셨더라는.....
여튼 병원에 가지도 못하고 퇴근해서 돌아온 아내가 없는 집은
너무 좋...아니 조용함.....
그래서 퇴원을 하는 오늘 아침은 일찌감치 병원으로 향합니다.
오늘마저 늦게가면 내가 입원을 해야 할지 모르니까.....
여튼 아내를 무사히 안방 침대까지 모셔다 놓고
점심으로 짬뽕 포장해다가 먹이고 드디어
4일간의 퀘스트가 끝났습니다.
우리가 평소 지루하다 느끼는 일상이 얼마나 고마운 것 이었는지
다시 생각해 보는 4일 이었습니다.
전 플러그 갈러 가야 해서 이만.....


댓글 14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혼자 있는 집이 너무 좋..아니 너무 조용해도 안 좋습니다~ㅎ
혼자 있으니까 쓸쓸하더라구요. 절대 좋지 않아요.
글 중간중간 형수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사실은 이럴때 실수하면 제가 위험하다는 생각에 긴장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너무 바쁘신거 아닙니까 ㅎㅎ??
그 일정 다 끼워 맞추느라고 정말 개고생을 했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다가 너무 웃었 사모님 수술은 잘되신거죠?^^
걔가 성격은 안좋아도 기운은 좋은 애라서 본인뿐만 아니라 그 4인실에 같이 있던 분들도 다 잘 되실것 같아요.
우와 형수님을 끔찍히 사랑하시는군요? 저도 본받겠습니다.
안 사랑하면 제가 끔찍한 일을 당할것 같아서요.
와 이 긴걸 다 읽고 있는 나도 참 뭔 드라마틱한 내용은 진정 없었습니까?
음 드라마틱한 내용은 차가 흔들리면 수술한 아내가 아플까봐서 노면상태 좋은 길을 미리 알아두었다는 정도요. 게다가 노면 요철을 거의 다 피했어요. 병원 주차장 말고 충격에 아프다고 한 지점이 성남서 여주까지 총 5군데 정도.....나머지는 다 피함.
아니 왜, 사랑한다고, 말을 못하냐구요. 애기야 가자, 라고 왜 말을 못해요. @.@
그러다가 맞은 적이 여러번 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