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목격담

20대와 정치

집값은 못 잡고, 청년의 사다리만 걷어찼다

눈보라가 몰아치던 겨울,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앉아 젊은이들이 목이 터지도록 외쳤다. 

그들이 바라던 것은 거창한 특권이 아니었다. 

민주주의가 바로 서면 자신의 삶도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 열심히 일하면 얼마간의 대출을 보태 조그마한 집 한 칸이라도 마련하고, 커가는 아이들을 덜 걱정하며 살 수 있으리라는 소박한 기대였다.

 

그러나 정치는 그 기대를 배신했다.

집값이 오르자 정부가 가장 먼저 막은 것은 집값이 아니라 대출이었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으로 제한하고,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의 LTV마저 80%에서 70%로 낮췄다.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대출 한도도 축소했다. 집값을 밀어 올린 투기와 불로소득의 뿌리를 건드리기보다 이제 막 집을 사려는 청년과 신혼부부의 문부터 닫아버린 것이다.

 

현금이 많은 사람은 대출이 막혀도 집을 산다. 

여러 채의 집과 토지를 가진 사람은 오른 자산가격만큼 더 부자가 된다. 

그러나 월급을 모아 첫 집을 마련하려는 청년에게 대출은 투기 수단이 아니라 미래로 건너가는 다리다. 집값은 그대로 둔 채 그 다리부터 끊었으니 청년들은 이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집은 가진 사람들의 것이고, 우리는 평생 세입자로 살라는 것인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그 분노가 표로 나타난 선거였다. 

출구조사에서 서울의 20대 이하 유권자는 오세훈 후보 56.8%, 정원오 후보 35.9%, 30대는 오세훈 후보 59.7%, 정원오 후보 36.7%였다. 

성별에 따른 차이는 있었지만 민주당이 청년 세대의 마음을 붙잡지 못했다는 사실만은 부정하기 어렵다. 

청년들이 변절한 것이 아니다. 

자신들의 절박한 삶을 외면한 정치를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은 것이다.

 

평택을 재선거는 또 다른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는 34.22%로 당선됐지만 민주당 김용남 후보 29.16%,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 27.74%, 진보당 김재연 후보 2.95%로 범진보 진영의 표는 59%를 넘었다. 

표가 기계적으로 합쳐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아울러야 할 때 아우르지 못한 대가는 너무나 분명했다. 

평택 한 석을 놓고 민주당과 혁신당이 서로를 겨누는 동안 그 한 석은 다른 편으로 넘어갔다. 혁신당이든 진보당이든 함께 싸워온 세력이라면 품을 때는 과감히 품어야 한다.

 

더욱 가증스러운 것은 그다음이다. 모든 승리를 자신들이 잘해서 얻은 전리품처럼 여기고, 

국민의 삶을 돌보기도 전에 벌써 차기 대권과 당권을 놓고 싸운다. 

누가 후보가 되고, 누가 당을 장악하며, 누가 공천권을 쥘 것인가를 놓고 밥그릇 싸움부터 벌인다. 

눈보라 속 아스팔트를 지킨 것은 정치인들이 아니라 국민이었다. 

그런데도 국민이 만들어준 승리를 계파의 전리품으로 나누려 하니 국민이 가증스럽게 여기고 등을 돌리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대권을 말하는 자보다 집값과 청년의 삶을 말하는 사람이 먼저여야 한다.

 

이제라도 방향을 바꿔야 한다. 집값을 잡겠다면 돈 없는 실수요자의 대출부터 막을 것이 아니라 다주택·고가주택·유휴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에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보유세를 매겨야 한다. 

대신 무주택자의 첫 집과 정상적인 이사를 가로막는 취득세·거래세는 낮춰야 한다.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에게는 장기·고정금리 정책대출의 길을 열고, 다주택 투기 대출은 철저히 막아야 한다. 직장과 교통이 있는 곳에 공공주택과 장기임대주택을 신속히 공급해야 한다. 

핵심은 집을 가진 평범한 국민을 벌주는 것이 아니라 집과 땅을 이용한 과도한 불로소득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는 것이다.

청년들은 집 한 채를 공짜로 달라고 한 적이 없다. 

노력하면 닿을 수 있는 가격, 감당할 수 있는 대출, 아이를 낳아도 쫓겨나지 않을 작은 보금자리를 원했을 뿐이다.

정치가 이마저 외면한다면 청년들은 더 멀리 돌아설 것이다. 

집값은 못 잡고 청년의 사다리만 걷어찬 채 대권과 밥그릇 싸움에 빠진 정치는 반드시 표로 심판받는다.

 

청년의마음을되찾고싶다면먼저청년이있는집값을만들어라. 국민의승리를정치인의전리품으로착각하지말라

그리고함께싸운사람들을적으로만들지말라. 그것이이번선거가정치에내린가장분명한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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