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목격담

보완수사권을 남기는 순간, 검찰개혁은 흔들립니다

저는 민주당을 오래 지지해온 사람입니다.

민주당을 지지해온 이유는 단순히 어느 한 정치인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민주당이 검찰개혁, 권력기관 개혁,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끝까지 놓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흐름을 보며 마음이 무겁습니다.

 

검찰개혁은 민주당 정부가 반드시 완수해야 할 핵심 과제입니다. 그중에서도 수사와 기소의 실질적 분리,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 폐지는 적당히 타협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보완수사권을 “예외”라는 이름으로 남기는 순간, 향후 그 예외가 확대 해석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가 그동안 검찰권력의 폐해를 보며 배운 것이 바로 그것 아닙니까.

 

물론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면 일부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지 않느냐. 그에 대한 대안은 있느냐.”

 

저는 이 문제 제기를 가볍게 보지 않습니다. 국민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말에는 당연히 동의합니다. 부실수사나 불송치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 해법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 존치여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은 폐지하되, 그와 동시에 국민 피해를 막기 위한 보완장치를 촘촘하게 설계하면 됩니다. 공소청 검사는 공소 제기와 유지에 필요한 보완사항을 수사기관에 구체적으로 요구할 수 있어야 하고, 수사기관은 정해진 기한 안에 보완수사를 마치도록 해야 합니다.

 

수사가 부실하거나 불송치 결정이 부당한 경우에는 피해자의 이의신청권, 재수사 절차, 사건 재검토 절차를 강화하면 됩니다. 필요하다면 독립적인 사건 재심사 장치나 피해자 권리구제 절차도 함께 마련해야 합니다.

 

즉, 국민 보호와 검찰개혁은 양자택일이 아닙니다.

 

원칙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입니다.
피해자 보호는 그 원칙을 무너뜨리지 않는 방식으로 동시에 보완해야 합니다.
검찰개혁의 원칙을 흔들어야만 국민을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지금 정부와 민주당 지도부의 설명이 핵심 지지층에게 충분한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와 민주당 지도부는 보완수사권 폐지 원칙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개혁의 핵심 쟁점은 아직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고, 국회 논의, 예외 필요성, 현실론 같은 말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불안해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찬식 민정수석 인사는 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우려스러운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개혁을 완수할 적임자라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검찰개혁의 핵심 국면에서 검사장 출신 인물을 민정수석에 앉힌 것을 강한 개혁 의지로만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 관련 수사 이력이 거론되는 인물이라면, 친문 지지층과 민주개혁 진영이 느끼는 정치적·상징적 부담은 작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한 사람의 인사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 불안해하는 것은 “검찰개혁이 혹시 이름만 바뀐 검찰개편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점입니다. 공소청과 중수청이 만들어져도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이 남고,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실질적으로 구현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권한의 재배치에 그칠 수 있습니다.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 추진 흐름에 대해서도 지지층의 불신이 커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속도감 있게 정리될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핵심 쟁점이 계속 뒤로 밀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여기에 민정수석 인사와 당권 흐름까지 겹치다 보니, 검찰개혁의 속도와 원칙이 정치 일정 속에서 뒤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생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봅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당권 경쟁의 수준입니다.

 

지금 민주당 지지층 내부에서는 서로를 조롱하는 멸칭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친명, 친문, 친노, 친조국으로 갈라져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정말 보기 어렵습니다.

 

민주당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온 세력들을 조롱하고, 같은 지지자들을 경쟁자가 아니라 제거 대상으로 보는 순간 민주당은 민주당다움을 잃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재명 정부가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성공이 민주당의 약속을 흐리는 방식이어서는 안 됩니다. 민생도 중요하고 국정 운영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검찰개혁의 끈을 놓는 순간 민주당 정부의 역사적 명분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전당대회의 기준은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준은 친명인가, 친문인가가 아닙니다.
기준은 누가 검찰개혁의 마지노선을 지킬 수 있느냐입니다.
기준은 누가 당원들의 뜻을 정부와 대통령실에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느냐입니다.
기준은 누가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말이 아니라 실제 법안으로 관철할 수 있느냐입니다.

 

그 기준에서 저는 정청래가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대표 역할에 가장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청래가 완벽해서가 아닙니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역할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검찰개혁의 마지노선을 분명히 긋고,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라는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키며, 당원들의 우려를 정부와 대통령실에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대표가 필요합니다.

 

당대표는 대통령실의 입장을 단순히 전달하는 자리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당대표는 당원과 민주당의 약속을 지키는 자리입니다. 대통령이 성공하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성공이 민주당의 개혁 약속 위에서 이루어지도록 견인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검찰 보완수사권은 남겨서는 안 됩니다.
수사와 기소는 실질적으로 분리되어야 합니다.
국민 피해 방지는 별도의 제도로 촘촘히 보완해야 합니다.
공소청과 중수청이 이름만 바꾼 검찰개편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지지층을 갈라치고 서로를 조롱하는 것이 아닙니다. 민주당이 왜 존재하는 정당인지, 왜 그토록 검찰개혁을 외쳐왔는지 다시 확인하는 것입니다.

 

민주당 지지자는 침묵하는 팬클럽이 아닙니다.

 

우리는 민주당이 약속을 지킬 때 지지하고, 그 약속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비판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것이 진짜 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단순한 당권 경쟁이 아닙니다.

 

검찰개혁을 완수할 것인지, 아니면 이름만 바꾼 검찰개편으로 끝낼 것인지의 갈림길입니다.

 

저는 민주당이 개혁의 길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길을 지키기 위해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검찰개혁의 원칙을 분명히 지킬 대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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