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무기

소설 지방선의 뒷 이야기

소설가 젬님이 집필한 지방선거 사태 관련 소설입니다. 젬님이 코딩만 잘하시는 줄 알았는데 소설까지 잘 쓰시네요. 시간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세요.(여기에 나온 인물이나 사건들은 인공지능이 만든 내용이니 사실과 관계 없습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불러온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대한민국은 성난 민심과 음모론의 폭주로 유례없는 마비 상태에 빠져들고 있었다.

한 평 남짓한 서울구치소 독방의 철문이 차갑게 닫히는 순간, 대한민국을 호령하던 검찰총장 출신의 ‘룬’은 자신이 영원히 갇혔음을 직감했다. 벽면의 소형 TV에서는 아내 ‘줄리’가 대선 과정에서 주가 조작 범죄를 저지르고도 “한 적이 없다”고 온 국민을 속인 선거법 위반 행위에 대해 최종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는 뉴스가 흐르고 있었다. 그 대가는 참혹했다. 야당은 대선 보조금 수백억 원을 토해내야 했고, 친위 쿠데타를 획책했던 내란당으로서 정당 강제 해산이라는 단두대 위에 목을 올리게 된 것이다.

그 파멸의 잿더미 위에서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청와대 집무실의 커다란 책상 앞에 앉은 사내, ‘명’.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소년공으로 공장을 전전하다 프레스 기계에 팔이 끼어 지체 장애인이 된 인물이었다. 독학 검정고시로 사법시험을 패스하고 인권 변호사로 밑바닥 서민의 고통을 닦아주던 그 초졸 출신의 거인이 제21대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명은 취임과 동시에 파격적인 민생 개혁안들을 쏟아냈고, 서민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고공행진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모든 이가 그를 반긴 것은 아니었다. 대학 진학률이 80%가 넘는 고학력 사회에서 피눈물 나는 입시와 취업 경쟁을 겪어내고, 청춘을 바쳐 군 복무까지 의무적으로 마쳐야 하는 대한민국 젊은 남성들에게 명의 존재는 심한 박탈감과 분노의 대상이었다. "우리는 군대에서 썩고 스펙 쌓느라 피 터지는데, 초졸에 군대도 안 간 장애인이 대통령 자리에 앉아 나라를 흔드느냐"는 냉소와 혐오가 인터넷을 도배했다. 위기에 몰린 야당은 이십 대 남성들의 이러한 군 역차별 정서와 박탈감을 집요하게 부추기며, 구치소에 갇힌 ‘룬 어게인’의 불씨를 지폈다.

그리고 사법부의 수장이자 룬이 임명했던 대법원장 ‘좁’이 어둠 속에서 칼을 갈기 시작했다. 좁은 룬과 같은 보수 진영의 핵심 뼈대로서, 자신을 최고의 자리에 임명해 준 룬의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는 비뚤어진 충성심에 가득 차 있었다. 게다가 정통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온 좁의 선민의식은, 초등학교만 나오고 군대도 가지 않은 장애인 주제에 자신보다 높은 자리에 올라 국민적 인기를 한몸에 받는 명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명이 가질 수 없는 스펙을 가졌음에도 그보다 못난 존재로 취급받는 현실에 배가 아파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대선 전 명에게 허위 죄명을 씌워 낙마시키려다 공작이 들통나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고 보수 카르텔의 지령을 완수할 기회는 바로 지금이었다. 당 해산 판결을 앞두고 지지율이 바닥을 치던 야당 수뇌부, 그리고 구치소의 룬을 추종하는 세력과 결탁한 좁은 다가오는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타깃으로 거대한 부비트랩을 설계했다. 그는 중앙선관위원장인 대법관과 각 지역 선관위원장인 판사들에게 사법 카르텔의 은밀한 지시를 내렸다.

“강남, 서초, 송파의 인쇄 물량을 확 줄이세요. 정부의 무능으로 선거가 마비되는 꼴을 보여주는 겁니다.”

선거 당일 오후, 사단이 났다.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최초로 “투표용지가 부족하다”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투표를 하지 못한 시민들의 항의와 야당의 기획 선동 세력이 뒤엉키며 투표소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고, 급기야 투표함 반출이 봉쇄되는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사법 카르텔의 각본대로 ‘명 정권의 부실·부정선거’라는 가짜 뉴스가 SNS를 타고 들불처럼 번졌다. 저녁 7시 30분,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여당 후보의 당선 유력이 발표되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부정선거론자들과 작전 세력들은 개표가 시작되기도 전에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조직적인 폭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초졸에 군대도 안 간 미필 대통령이 선거를 조작했다! 당일투표 수개표하라!”

그러나 신은 그들의 각본을 기묘하게 비틀어버렸다. 실제 밤샘 개표가 진행될수록, 인지도가 높았던 야당의 현 서울시장 후보가 강남 3구의 압도적인 표를 쓸어 담으며 아주 미세한 표차로 역전 당선되는 대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잠실7동에 묶여 있던 투표함이 우여곡절 끝에 이송되어 야당 후보의 당선이 최종 확정되었음에도, 이미 광기에 오염된 음모론의 폭주 기관차는 멈출 수 없었다. 선관위 내부의 판사들은 이 혼란을 기회 삼아 “정부의 선거 관리가 부실하니 서울시장 선거를 무효화하고 재선거를 해야 한다”며 여론을 조작했고, 선동된 수천 명의 시위대는 이번 선거의 메인 개표소였던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으로 집결했다.

그들은 핸드볼경기장의 모든 출입문을 바리케이드로 막아서고 무법지대를 선포했다. 워낙 서민들 사이에서 명이 가진 대중적 인기가 하늘을 찔렀기에, 감히 대놓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카드까지는 꺼내 들지 못한 채, 오직 "부정선거 규탄, 전면 재선거"만을 핏대 세워 외치며 일주일 넘게 철야 시위를 이어갔다. 이성과 법치가 마비된 그 현장의 집단 광기는 극에 달했다. 진천 선수촌으로 가기 위해 체육관 인근을 지나던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을 붙잡고 “정부의 프락치일지 모르니 몸수색을 하겠다”며 가로막았고, 현장을 통제하려는 대한민국 경찰들을 향해 “대통령 명이 고용한 중국인 비밀경찰들이다, 가짜 경찰이다!”라는 터무니없는 헛소문을 퍼뜨리며 돌과 각목을 휘둘렀다. 심지어 부정 투표용지가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며 개표소 인근을 오가는 택배 차량을 강제로 멈춰 세우고, 시민들의 사생활이 담긴 택배 상자들을 무단으로 뜯어발기는 막장 사태가 벌어졌다. 이 광경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면서 대한민국 전체가 공포와 마비 상태로 빠져들었다. 야당과 사법부는 명 대통령의 높은 인기에 정면으로 맞서는 대신, '선거 부실 관리'의 책임을 물어 정권을 식물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재선거 여론을 사납게 몰아붙였다.

사면초가의 위기 속, 청와대 집무실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명이 비틀어진 자신의 왼쪽 팔을 천천히 뻗어 책상 위의 수사 보고서를 집어 들었다. 높은 인기를 누리는 자신을 탄핵하지 못해 안달이 나, 부정선거 자작극을 벌이고 올림픽공원을 점령하도록 배후에서 공작을 진두지휘한 야당 관계자와 사법 카르텔의 실체가 적혀 있었다. 임명권자였던 룬에 대한 맹목적인 보은, 그리고 엘리트주의에 찌들어 명에게 느끼는 비뚤어진 격분과 시기심으로 대법원장 좁이 선관위 조직을 사유화해 난동을 기획했다는 결정적이고도 명백한 물증, 스모킹 건이었다.

이튿날 아침, 명이 카메라 앞에 섰다. 가짜 뉴스를 양산하는 언론을 건너뛰고 국민에게 직접 전하는 라이브 대국민 담화였다. 명은 굳은 표정으로, 그러나 추상같은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초등학교만 간신히 졸업하고 평생을 공장 노동자로, 변호사로 살며 제가 믿어온 법은 단 하나, 약자를 지키는 방패였습니다. 제 비틀어진 팔과 군 면제의 기록은 훈장이 아니라, 그 시절 밑바닥 노동자들이 흘려야 했던 눈물의 증거입니다. 청춘을 바쳐 국가를 지키는 젊은이들의 명예를 더럽히지 마십시오. 국민이 주신 지지와 인기가 두려워 감히 탄핵은 입에 담지도 못하면서, 오직 보수 카르텔의 기득권을 지키고 사리사욕과 시기심에 눈이 멀어 신성한 투표권까지 조작해 재선거라는 사기극을 벌였습니다. 법의 탈을 쓴 악마들을 이제 처단하겠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의 하늘 위로 헬기 소리가 굉음을 내며 울려 퍼졌다. 옥상을 뚫고 진입한 경찰 특공대가 벼락같이 최루탄을 터뜨리며 무법천지였던 폭력 시위대를 단숨에 제압해 나갔다. 아수라장이 된 현장이 생중계되는 동시간, 서초동 대법원장실의 문이 거칠게 부서져 열렸다. 수사관들이 들이닥쳐 패닉에 빠진 대법원장 좁의 손목에 차가운 수갑을 채웠다.

같은 시각, 헌법재판소에서는 내란 정당의 강제 해산과 선거 보조금 국고 환수 명령이 최종 선포되었다. 구치소 독방의 TV 화면을 보며 룬과 줄리가 절망의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순간, 청와대 집무실의 창문 너머로 잠실과 올림픽공원을 가고막고 있던 짙은 안개가 서서히 걷히며 푸른 새벽하늘이 드러나고 있었다. 명은 뒤틀린 팔로 잉크를 묻혀 사법 개혁 문서에 결연히 서명을 마친 뒤,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거인의 반격이 끝났고, 마침내 정의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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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연애공학자

말이 되는듯한 안 되는듯한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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