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동행한 현대차그룹이 올해부터 4년 동안 미국에 260억달러(약 29조원) 규모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26일 발표했다. 지난 3월 발표한 210억 달러에서 50억달러(7조원) 증가한 규모다.
현대자동차가 발표한 투자액 증대는 로봇 공장 투자에 집중됐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현지에 3만대 규모의 로봇 공장을 신설하고, 로봇 생산의 허브로 자리매김시킨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또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중심차량(SDV) 등 미래 신기술과 관련된 미국 유수의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보스턴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 모셔널(Motional) 등 현대차그룹 미국 현지 법인의 사업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난해 70만대였던 미국 내 완성차 생산량을 늘리고, 전기차·하이브리드·내연기관 등 다양한 차종 라인업을 선보인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미국 루지애나 주에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할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저탄소 고품질의 강판을 생산해 자동차 등 미국 핵심 전략산업에 공급해서 미국 현지에서 ‘철강-부품-완성차’로 이어지는 밸류 체인을 구축하고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 정부의 정책에 대응하는 한편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기회를 확대하고, 모빌리티를 비롯한 미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한국과 미국의 경제 협력이 더 확대되고, 양국의 경제 활성화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말 양국이 합의했던 자동차 품목관세 15% 적용 시점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언급되지 않아 자동차 업계에서는 관세 리스크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이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펀드를 구성하고 1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는 등의 조건으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적용 시점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현재 한국 자동차 수출에 적용되는 관세율은 여전히 25%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 주 미국이 수입하는 자동차 엔진 부품 등에 포함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부품에 50% 품목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는데 현장에선 정확히 어떤 제품에 어떤 기준으로 관세가 부과되는지 파악도 안되는 상황”이라며 “미국이 조속한 시일 내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춰줄 것으로 믿고 기업이 투자계획 밝혔지만 속내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