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국내 전기차 시장이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중심에서 세단으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상반기 소형 SUV 신차들이 흥행하며 전기차 보급 확대의 발판을 마련했다면, 하반기에는 전기 세단이 본격적으로 가세하며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돌파에 힘을 보탠다.
2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중형 전기 세단인 현대자동차(005380) 더 뉴 아이오닉6, 비야디(BYD) 씰(SEAL)이 이달부터 고객 인도를 시작한다.
아이오닉6는 국내 대표 전기 세단이다. 지난 2022년 9월 출시 이후 3년여 만에 부분변경 모델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린다. 아이오닉6는 출시 당시 미래지향적 디자인이 주목받으면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인기가 지속되지 못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에 따르면 아이오닉6는 2022년 1만1218대가 팔렸다. 하지만 2023년에는 9288대로 판매량이 줄었고, 2024년에는 4956대로 반토막 났다. 신차 출시가 예고된 올해는 구형 모델에 대한 할인 등 프로모션이 진행되면서 7월까지 3578대가 팔렸다.
현대차는 판매 부진 극복을 위해 신형 아이오닉6를 출시하면서 '풀체인지'에 가까운 변화를 줬다. 얇은 DRL(주간주행등)과 독립된 헤드램프를 적용하는 등 한층 세련된 디자인을 완성하면서도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를 늘리며 상품성을 높였다. 아이오닉6 롱레인지 모델의 주행가능 거리는 562㎞로 국내 전기차 중 가장 길다. 스탠더드 모델의 주행거리는 기존 대비 70㎞ 늘어난 437㎞다.
씰은 BYD가 국내 승용차 시장에 선보인 두 번째 전기차 모델이다. BYD 전기차 라인업 중 최초로 배터리 팩 상부 셀과 차체 바닥 패널을 하나로 묶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셀투바디(CTB) 기술을 적용했다. 최대 출력 530마력의 강력한 성능에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는 407㎞다.

세단 모델들의 잇따른 등장은 소비자 선택권을 넓혀 캐즘 극복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1~7월) 전기차 신차 판매량은 11만8717대로 전년 동기 대비 47.3% 증가했다. SUV 차량인 테슬라 모델Y와 기아(000270) EV3가 각각 2만1991대, 1만4606대를 판매하며 캐즘 극복 선봉에 섰다.
이 기간 세단 모델의 높은 판매량도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올해 출시한 기아 EV4는 4월 출고 이후 4616대가 팔렸다. 지난달에는 1569대가 팔리며 △기아 EV3(2307대) △현대차 아이오닉 5(1618대)에 이어 국내 브랜드 중 판매량 3위를 기록했다. 테슬라 모델3도 올해 4430대가 팔리며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아이오닉6와 씰이 '가성비' 모델이란 점도 기대를 갖게 하는 이유다. 두 모델 모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더 할 경우 4000만 원대부터 구매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EV3 같은 소형 SUV가 캐즘 극복의 첫걸음을 뗐다면, 이번 세단 모델 출시는 시장 확대의 두 번째 동력이 될 수 있다"며 "세단 판매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면 전기차 대중화 흐름에 힘이 실릴 수 있다"고 했다.